하루키는 1978년 4월 도쿄 메이지 진구 구장에서 야구 경기를 관람하다가 한 타자가 정확히 볼을 때리는 순간 ‘그렇지, 소설을 써보자’라고 결심했다.
그 계시의 순간으로부터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그는 소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써서 군조신인상을 받으며 문단에 등단,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잘 나가던 재즈 클럽을 그만두고 전업 작가로서의 인생을 시작한 하루키.
그는 장편소설 『양을 쫓는 모험』을 탈고한 뒤 얼마 후인 1982년 가을, 본격적으로 달리기를 시작했다. 그 후 26년에 걸쳐 세계 각지에서 풀 마라톤과 100킬로 울트라 마라톤, 트라이애슬론을 쉼없이 계속해왔다. 그의 여행 가방 안에는 언제나 러닝슈즈가 들어 있었다.
총 11편의 장편소설, 15권의 단편소설집, 그리고 에세이, 여행서, 번역서까지 총 90여권의 저서를 발표하면서 대부분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명성을 날리고 있으며, 노벨문학상 발표가 있을 때마다 1순위로 거명되는 작가이다.
하루키는 이 책의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이것은 달리는 이야기에 관한 책이지 건강법에 관한 책은 아니다. 나는 여기서 ‘자, 모두 함께 매일 달리기를 해서 건강해집시다’와 같은 주장을 떠벌리고 싶은 건 아니다.”라고. 그러나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누구나 읽는 것과 동시에 달리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하고많은 운동 중에 ‘무지막지하다’라는 형용사가 잘 어울리는 마라톤과 트라이애슬론을 뛰는 하루키.
그가 그 힘든 42.195킬로미터를 달리며 얻는 것은 무엇일까? 달리기와 그의 문학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이와 같은 의문점을 가지고 책을 읽다 보면 하루키에게서 배워야 할 점이 무엇인지가 분명해진다. 그가 마라톤을 중심으로 그의 문학과 삶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이 최초의 회고록에서 문학도는 문학에 대한 소신을 배울 수 있을 것이고, 러너라면 60이란 초로의 나이에 1년에 한 번은 마라톤 풀코스를 뛰는 하루키의 열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큰 뜻을 품고 있는 젊은이들은 인생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마음가짐과 실천의 지표가 필요한지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작가가 말하는 내가 달리는 이유를 소개드린다.
마라톤 풀 코스를 달려보면 알게 되지만, 레이스에서 특정한 누군가에게 이기든 지든 그런것은 러너에게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물론, 우승을 목표로 뛰는 일류 선수라면 눈앞의 라이벌을 이기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되겠지만, 일반적인 러너에게는 개인적인 승패는 큰 문젯거리가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일반 러너는 “이번에는 이 정도 시간으로 달리자.”라고 미리 개인적 목표를 정해 레이스에 임한다. 그 시간 안에 달릴 수 있다면 , 그는 ‘뭔가를 달성했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시간 내에 달리지 못했다 해도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실력을 발휘했다는 만족감이라든가, 다음 레이스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으면, 아마도 그것은 하나의 달성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끝까지 달리고 나서 자신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가 없는가, 그것이 장기러너에게 있어서 중요한 기준이 된다.
똑같은 경우를 일에 대해서도 적용할 수 있다. 소설가라는 직업에 이기고 지고 하는 일이란 없다. 판매 부수나 문학상이나 하는 일은 뭔가를 이룩했다는 하나의 기준이 될는지는 모르지만, 본질적인 문제라고는 할 수 없다.
자신이 쓴 작품이 자신이 설정한 기준에 도달 했는가 못했는가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며, 타인에게 변명으로 간단하게 통할수도 없고 자신의 마음을 속일수도 없는 것이다.
무언가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이렇게 꾸준하고 성실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준 하루키의 달리는 삶은 좀처럼 존경하는 사람을 손에 꼽기 힘든 청소년들에게 하나의 롤모델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한 번도 마라톤을 하는 사람이 멋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묵묵히 달리고, 스스로에게 최선을 다하는 한 명, 한 명의 러너들을 다시 보게 되었다.
달리기에 대한 작은 욕망과 함께 지금 나는 얼마나 나 자신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이제 달리기 하기에 좋은 계절이 오고 있으니 지금부터 실천에 옮기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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