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총괄-청년실업, 고용없는 소비도시
2. 졸업하자마자 실업자 신세, 고용대란 우려
3. 일할 곳이 없다 Vs 일할 사람이 없다
4. 숫자놀음 일자리 만들기
5. 전문가 의견
대전의 한 대학에 재학중인 김모(28)씨는 당초 올 2월 졸업 예정이었지만 일부러 졸업을 미뤘다. 전 학년 성적이 4.0에 가깝고, 토익 점수도 900점을 넘지만 취업에 실패하면서 고심 끝에 지난 학기 한 과목 학점을 포기하면서까지 학교에 남기로 한 것이다.
등록금 부담이 만만치 않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재학상태로 있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에서다. 김씨는 “기업들이 재학생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재학 상태에서 취업을 준비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며 “요즘 같은 때는 졸업하는 것 자체가 두려운 것도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대학공시정보 사이트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지난해 대전지역 4년제 대학 졸업자의 평균 취업률은 75% 정도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중 정규직 취업률은 50%대에 머물고 있으며, 그나마 의대 등 특수 계열을 제외하면 취업률은 40%대로 뚝 떨어진다.
지역 대학 졸업자의 절반 정도가 졸업과 동시에 실업자 또는 ‘반 백수’ 신세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올해는 가중된 경제난과 좁아진 취업문으로 청년층의 ‘고용대란’마저 우려되고 있다.
이미 지난해 말 기준으로 대전의 청년실업자 수는 1만 명을 넘어섰다. 여기에 비경제활동 인구로 분류되는 취업준비자와 그냥 쉰 사람, 구직단념자 등을 포함면 그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실제 지난 2007년 모 대학 수학과를 졸업한 최모(30)씨도 벌써 2년째 ‘백수’ 생활을 하고 있다. 금융권 취업을 준비해 왔지만 올해 신규 채용을 기대하기 어려워지면서 시름만 깊어지고 있다. 최씨는 “매달 학원비와 용돈 등 부모님께 손을 벌리는 처지라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라며 “요즘엔 이러다 영영 취업을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하루 하루가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청년층의 고용대란은 대학생들이 일부러 졸업을 미루는 기 현상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 올해 지역 대학 상당수에는 이른바 ‘대학 5학년생’들이 크게 늘었다. 단적으로 충남대의 경우 올해 9학기 이상 초과학기 등록자가 모두 370여 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4배나 증가했다. 휴학이나 졸업 연기를 통해 학교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으려는 ‘둥지족’이 늘어나는 것은 실업 상태에서의 ‘낙인효과’를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올해도 대전 지역에서는 전문대를 포함해 2만 5000명 정도의 대졸자가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되지만 고용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노동부의 인력수요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대전지역 기업들의 채용 계획 인원은 1만 400여 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20%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은철 충남대 취업지원팀장은 “어느 때보다 학생들의 취업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청년 실업은 증가하지만 중소기업들이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현실을 감안해 관련 기관들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섭 기자 no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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