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고위직 인사를 앞두고 경찰 내부의 고질적인 충청권 홀대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지역 역량을 모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6일 경찰에 따르면 현직에 있는 유일한 충청 출신(충북 충주) 치안감이었던 박종환 경찰종합학교장이 18일 오전 10시 30분 학내에서 명예퇴임식을 갖고 경찰 제복을 벗는다.
그렇지만, 이를 두고 지역에선 1954년생인 박 학교장이 너무 일찍 퇴임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우세하다.
박 학교장이 영남 또는 호남 출신이었거나 경찰 내부에서 충청권 기반이 견고했더라면 퇴임시기가 달라졌을 수도 있다는 견해가 이런 해석의 이면에 깔려있다.
실제 지난달 치안정감으로 승진한 김정식(충남 예산) 경찰대학장을 제외하면 경찰 고위직에서 지역 출신 인사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충청권은 홀대를 받아왔다.
충남지방경찰청이 전국 치안감을 지역 출신별로 분석한 결과 영남권이 절반 이상을 독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25명(박 학교장 제외) 가운데 부산ㆍ경남 출신이 8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대구ㆍ경북 7명, 광주 전남 5명, 전북 3명, 경기 2명 등의 순이다.
경무관도 전체 42명 가운데 경남 7명, 대구 5명, 전남 4명, 경북, 서울, 부산 각각 3명이며 대전과 충남, 충북은 각각 2명에 불과하다.
고위직 기반이 부실하다 보니 고향 출신이 대부분 치안총수를 맡고 있는 타 시ㆍ도와 달리 대전, 충남은 2006년 이후 지역출신 치안총수를 배출하지 못했다.
2006년 12월 취임한 제17대 조용연 청장은 경북 문경 출신이었으며 현 충남청장인 제18대 김동민 청장도 경남 남해가 고향이다.
2007년 7월 개청한 대전지방경찰청은 경북 안동 출신인 이영화 초대청장이 맡고 있다.
충청권 홀대 현상은 ‘경찰의 꽃’인 총경 승진 인사에서도 감지된다.
대전청 탄생 이전인 2000~2005년까지 충남청에서 해마다 각각 2명이 총경으로 승진했고 2006년과 2007년에는 3명으로 일시적으로 늘어났지만 지난해에는 또다시 2명으로 줄었다.
타 시ㆍ도와 비교해 치안수요 등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홀대받은 인사라는 지적이다.
경찰 한 관계자는 “경찰 인사에서도 충청권 홀대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라며 “지역출신 인사가 고위직에 많이 등용될 수 있도록 정치권의 협력과 지역 여론 형성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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