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래잡기놀이를 하며 놀던 어린 시절에 술래가 잡힐 듯 달아나는 얄미운 친구들을 ?아가다 힘이 부치고 약이 오를 때 분풀이로 내뱉는 말이다. 놀이 문화가 다양해지고 고급화한 요즘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추억 속의 풍속도다.
그런데 그런 놀이를 하며 자란 기성세대들의 실생활에서 놀이가 아닌 실제 상황으로 그런 장면이 종종 연출되고 있는 것은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이다. 즉 패자의 아픔을 배려할 줄 모르는 승자의 오만 만이 아니라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분풀이에만 급급한 패자의 비열한 행태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것이다.
▲ 안기호 전경실련 공동대표 |
TV를 통해 ‘부자학 강의’를 들은 적이 있는데 부자가 되고 싶으면 부자를 좋아하라는 것이다. 매우 적절한 표현인 것이다. 예쁘고 건강한 배우자를 만나려면 그런 사람을 좋아해야지 그 대상을 경멸하면서 그것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마치 비오는 날 빗물그릇을 반대로 엎어놓고 빗물이 담겨지기를 바라는 것과 같은 것이다.
젊은이들이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스포츠맨, 개그맨 등이 많고 존경하는 인물이 별로 없다가 대다수라는 반응과 함께 대기업 취업희망 1순위가 S기업이라는 설문조사의 결과와 대기업의 호감도는 별로 높지 않은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옳은가? 우리 사회에 앞서간 자에 대한 불신과 배타적 사고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지난 2월 7일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4대륙피겨선수권대회에서 불과 19세의 김연아 선수가 환상의 경기를 펼치면서 우승하여 온 국민들에게 큰 가쁨을 안겨 주었다. 그런데도 그에게 엄친딸 등등 누리 꾼의 악성 댓글이 나왔다고 한다. 탤런트 문근영의 자선 기부를 칭찬하지 못할망정 악필의 댓글로 평가 절하하는가하면 7명의 무고한 생명을 살해한 강호순 카페를 개설하고 동정하는 글이 있었다고 한다. 모두 앞선 자에 대한 불신과 거부감일지는 모르지만 페어플레이 정신의 결여라고 보기에는 너무 민망하다. 물론 앞선 자에 대한 몇몇 부정적 요소도 부정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앞선 자를 모두 부정한다면 우리는 어디서 귀감을 찾아야 할 것인가도 심도 있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선진 국민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김연아 선수가 세계적인 피겨 여왕이 되기까지 흘려야 했던 피나는 노력과 훈련과정을 이해하고 그녀가 거둔 성과에 아낌없는 축하의 박수를 보냄은 물론 그를 본받아 자신의 삶을 개척할 결의를 다질 수 있어야 한다. 세계적인 경제 불황 속에서도 우수한 기업들이 세계 상위 기업으로 부상하는 것을 보고 그들의 장점을 귀감으로 삼아야 한다.
게임이란 일정한 룰에 의해 양자가 합의한 놀이다. 술래잡기 또한 같은 의미에서 정정당당한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패자의 분풀이를 정당화해서는 안 될 일이다. 술래잡기놀이가 페어 게임이 되기 위해서는 술래는 앞서 달아나는 친구를 따라잡기 위해 최선을 다하되 부질없는 분풀이는 삼가야 할 것이며 앞서 달아나는 친구는 따라오는 술래를 향해 힘찬 격려의 박수를 보내는 아량을 지녀야 할 것이다.
정치적으로도 우리는 페어플레이 정신을 배워야 한다. 정치 게임에서 소수로 전락한 사람들이 패배를 인정하지 않으며 범국민들을 대변한다고 한다. 도대체 어떤 룰에 의해서 모든 국민들의 지지와 권한을 위임받았는지 모를 일이다. 어릴 적 술래잡기의 놀이 게임에서 배운 상식이라면 이제 빨리 성숙한 어른세계 페어플레이 게임에 익숙해져야 한다.
승자를 인정하고 박수를 보낼 때 관중은 패자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면서 승자와 패자, 관중 모두가 승리하는 게임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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