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공포 체험을 하려는 동호인들의 ‘체험장’으로 이용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대전시와 유성구, 시교육청 등 관계당국은 해당 부지가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소관 밖이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 공익을 위한 활용방안 등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 대전지역 마지막 산업체 부설학교인 충일여고가 3년째 방치돼 흉물로 전락하고 있다. |
출입문은 닫혀 있었지만 창문은 거의 깨지고 문은 부서져 사람들이 학교로 들어간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한눈에 봐도 관리가 전혀 안 돼 흉물스러웠다.
현재 폐교된 충일여고는 공포를 즐기려는 흉가체험 동호회와 사진 동호회가 이곳을 자주 찾는다고 한다.
주변에 사는 주민들은 폐교가 그대로 방치돼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이 모(60ㆍ유성구 대정동)씨는 “밤에는 무서워서 학교 옆길로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며 “교도소(대전교도소)도 지역에 있고 폐교까지 방치돼 마을 이미지가 더 나빠질까 걱정이다. 하루빨리 정비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학교에서 주경야독으로 열정을 쏟았던 1만 2000여명의 졸업생들도 아쉬워하고 있다.
충일여고 총동창회에서 간부로 활동하고 있다는 송 모씨는 “여고시절을 보냈던 모교가 방치돼 흉가체험 장소로 활용된다니 정말 슬프다”며 “어떠한 방법으로든 지역사회에 도움을 주는 장소로 활용됐으면 한다”고 뜻을 전했다.
하지만 충남방적과 충일여고 부지를 인수해 실질적인 재산권을 가지고 있는 (주)부영은 특별한 대책 없이 뒷짐을 지고 있는 상태다.
부영 한 관계자는 “(충일여고) 학교 부지가 서남부권 개발예정지로 포함돼 있다”며 “현재로는 특별한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했다.
대전시교육청 재정지원과 관계자는 “폐교된 공립학교의 경우 시민 이용시설로 활용할 수도 있지만 사립학교는 그렇지 못하다”며 “사유재산이라 함부로 손을 댈 수 없다”고 했다.
한편 충일여고는 1978년 12월 충일실업고등학교로 설립인가를 받아 이듬해 3월 상업과 63학급, 가정과 27학급 등 모두 90학급으로 개교했으며 1984년 충일여고로 교명을 바꾸면서 인문계고로 전환됐다.
모기업인 충남방적이 경영난을 겪으면서 학생이 갈수록 줄어 2005년 24회 졸업식을 끝으로 문을 닫게 됐으며 현재 (주)부영이 충남방적과 충일여고 부지를 인수한 상태다. /박태구 기자 hebalaky@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