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중구 유천동 동네 계(契)인 유향계의 1953년 회비 납부 내역이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구성 운영해온 유향계의 1953년부터 1995년까지 42년간의 회원명부와 회의록, 금전출납부가 발견돼 화제가 되고 있다.
오랜 세월 상평과 중평마을에서 각각 운영되던 유향계는 1968년 두 마을을 통합해 1995년까지 계승되어 오다 산신제보존회와 거리제보존회, 보싸움놀이보존회로 맥을 이어오고 있다.
유천동산신제는 지난 1997년 대전시 무형문화재 4호로 지정되었으며 보싸움놀이는 1998년 전국민속놀이경연대회에서 금상을 차지하는 등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지역문화로 지난해에는 행정안전부의 ‘지역자원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번 공개된 장부에는 1953년 당시 쌀 서너 되를 내면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었으며 회원들이 십시일반 낸 1750원으로 산신제를 지낸 기록이 고스란히 남아 있으며 쌀 한말을 빌려 가면 1년 후 한말 반으로 갚도록 했다.
장부를 보관하던 김영환 산신제보존회 사무국장은 “일일이 손으로 쓴 장부와 회의록에는 우리 아버지와 할아버지 이름도 있었는데 이들 장부를 보면서 마을 대소사를 함께 의논하고 상부상조하던 선조들의 아름다운 전통을 엿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카페에 ‘유천사랑/역사관’을 운영하며 마을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있는 이상옥 유천2동장은 “유천동은 도심지역이지만 농경시대부터 내려오는 산신제와 거리제, 보싸움놀이 등 전통문화유산이 잘 보존된 곳으로 주민들의 문화적 자긍심이 높은 곳”이라고 설명했다.
유향계정신에 대해서도 이 동장은 “급속한 산업화 속에서도 유천동이 전통과 문화를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유향계정신 때문으로 유향계는 소중한 동네자산”이라고 평가하며 “주민들은 선조들의 훌륭한 정신과 뜻을 이어받아 지역의 진정한 주인으로 서로 화합하고 마을을 사랑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임연희 기자 lyh3056@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