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해경 충남대 예술대학장 |
또 다른 영화로 스티븐 킹 원작의 ‘쇼생크탈출’이 있다. 원작의 DVD를 갖고 있어서 가족들과 함께 스무 번도 넘게 보았는데, 작년에 마침내 전 세계 영화팬들의 인기투표에서 사상 최고의 영화로 등극한 이 영화에서 살인누명을 쓰고 종신형으로 수감된 주인공 앤디가 20년 이상이나 걸려서 긴 터널을 뚫어 마침내 탈옥에 성공하고 때마침 내리는 폭우 속에서 환호하는 장면은 언제 보아도 질리지 않는다. 또한 문을 걸어 잠그고 죄수들에게 모차르트의 오페라 ‘휘가로의 결혼’ 아리아를 들려주는 장면도 잊을 수가 없다.
이런 영화가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흥을 주고, 때로는 일상의 삶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제작자, 감독, 배우들의 뛰어난 역량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이들이 실제 있었던 사실에 상당 부분 토대를 두고 있어서 높은 현실성을 갖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거기다가 일견 평범했던 사람들의 극한상황에서의 영웅적인 행위가 넓은 공감을 불러 일으켰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경제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IMF적인 공포가 전 세계를 뒤덮고 있는 것을 모두가 느끼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어서 암담한 경제적 현실과 실제의 극심한 불경기로 모든 사람들이 불안해하고 이미 직· 간접으로 그 피해를 심각히 입기 시작했다. 실직이나 파산 등 극단적으로 내몰리지 않는다 해도 자산의 디플레로 영향을 받지 않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 신문의 경제면을 자세히 읽어봐도 전문가들 역시 이 위기가 얼마나 심각하고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될 지 아무도 모르는 것 같다.
이럴수록 평소에 깊은 감흥을 주었던 것들과 자주 접하여 조금 더 삶의 여유를 찾도록 노력해야 이번의 고통을 잘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힘든 하루하루의 생활에서 단 얼마만이라도 영화, 음악, 미술, 문학 등 힘들여 비싼 대가를 치루지 않고도 평소에 각자의 삶을 윤택하게 해 온 것들과 조금 더 친숙해 지자. 그리하여 나머지 어려운 시간을 견뎌낼 위안과 활력을 얻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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