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윤]절차적 공정성에 주목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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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윤]절차적 공정성에 주목할 때

[기고]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관리학과 교수

  • 승인 2009-11-26 10:07
  • 신문게재 2009-02-16 20면
  • 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관리학과 교수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관리학과 교수
CEO형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사회 전반에 유난히 공정성이 강조되고 있다. 오랜 기업경영 경력을 가진 대통령으로서 정부를 상대하면서 이 문제로 많은 고통을 받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연일 공무원들의 무사안일을 질타하고, 금융권의 고임금을 비판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불공정감을 크게 느끼고 있는 계층에서 경제회복을 위한 동기부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많은 조사에서 정부를 공정하다고 믿는 국민은 50% 미만에 불과하다.

▲ 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관리학과 교수
▲ 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관리학과 교수
기업 역시 마찬가지이다. 최근 한 연구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대기업 근로자들은 승진에 있어서 10% 정도만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이보다는 좀 더 높아서 20% 정도가 공정하다고 믿고 있다. 뒤집어 말하면, 80% 이상은 불공정하다는 뜻이다. 사회경제적 발달과는 다르게 우리 사회 각종 조직에서 아직까지 공정하게 일처리가 이루어지는 경우는 참으로 드문 것이 현실이다.

불공정하다는 것은 결국 불법적이고 부도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사회가 대개 그렇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새 정부 들어서도 공무원 범죄 뉴스는 언론의 단골 메뉴가 되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 외교정책의 도덕성 수준이 최하위라는 보도까지 나왔다. 우리 사회 대부분의 일들이 불공정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중요한 증거이다. 사회시스템에서 공정성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인간의 사고와 행동을 지배하는 중요한 동기부여 요인이면서 그 사회의 역사나 문화와도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이 공정하게 처리된다고 느끼면 동기부여가 높아져서 높은 성과를 낸다. 그러나 불공정하다고 지각하면 기분이 나빠져서 각종 부작용을 일으키게 된다. 때문에 사회나 조직 구성원들이 높은 성과를 내기를 바란다면 평소에 공정성 관리가 잘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공정성은 개인의 자존심이나 명예와 크게 결부되어 있기 때문에 공정성 관리가 잘 되고 있는 사회일수록 구성원들의 자부심이 높은 것을 볼 수 있다. 자부심이 높으면 시민정신이 높아지고 사회도 밝아진다. 선진국일수록 모든 관계나 거래에 있어서 공정성을 생명처럼 여기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사회의 발전과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높은 인식 덕분에 과거 분배적 공정성이 강조되던 것과는 달리 오늘날에는 절차적 공정성이 더욱 중요시되고 있다. 절차의 공정성이란 모든 의사결정과정에 구성원들이 참여토록 하는 것이다. 오늘날 참여가 중요시 되는 이유는 개인들이 주체적 인간으로서 자존심이나 명예에 대하여 전에 없이 애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식으로 무장된 정보화시대의 개인들은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하게 되면 더욱 협조적이 된다. 그러나 배제당하면 불만족이 높아진다. 이것은 각종 부작용이 발생하는 원인이 된다. 요즘 각종 조직을 보면, 자신의 의사를 무시했다고 상사를 폭행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국회에서는 여당과 야당이 절차적인 문제 때문에 싸움을 하고 있고, 용산 철거민 참사와 같은 비극도 발생했다. 이와 같은 부작용은 절차적 공정성 관리를 잘 못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공정한 일 집행이 성공을 보장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늘날 경쟁사회 속에서 조직이든 사회든 성과를 내지 못하면 발전하지 못하거나 시들고 만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성과를 창출하는데 익숙한 조직이나 사회는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구성원들의 자부심과 만족을 통하여 자신이 발전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움직인다. 지금 우리나라는 어느 때보다도 큰 총체적 어려움에 처해 있다. 많은 국민들은 불투명한 미래에 대하여 불안해하고 있다. 이처럼 어려울 때일수록 국민들과 소통하고 국민들을 참여시켜 신바람을 불러일으킴으로써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시간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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