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에서 각종 시설물을 설치할 때 주민들에게 충분히 알리고 의견을 수렴할 수 있도록 규정했지만, 시민들이 도저히 찾을 수 없는 곳에 공지하는 등 행정예고제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
특히 지자체가 시설물 공사를 시작하기 5~6개월 전에 공고하고 주민들이 의견을 제출할 때는 공고와 의견접수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민원이 처리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동구 가오동 한 상가 골목에는 지난해 12월 방범용 CCTV가 설치됐다. 좁은 골목에 불법주정차가 심해 차량흐름을 방해한다는 민원때문이다. 하지만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또 다른 주정차 단속용 CCTV가 설치된 상태여서 이곳 상인들이 동구청에 이전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지난해 7월에 20일동안 공고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접수했지만, 그때 접수된 의견이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주민 김모(43ㆍ여)씨는 “5개월 전에 며칠 동안만 의견을 접수하고 정작 설치할 때는 접수기간이 지났다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또 시민들의 광범위한 의견 접수가 필요하지만, 구청 홈페이지에 게시만 해두고 행정예고를 마치는 경우도 있다. 중구는 오는 3월 은행동에 방범용 CCTV를 20여 개 설치키로 하고 지난 달 21일부터 구청 공고란을 통해 행정예고했다. 이후 이달 9일까지 CCTV설치 주민의견접수기간을 둬 행정예고법에 규정한 ‘의견접수는 20일 이상’을 준수했다.
하지만, 설연휴와 공휴일까지 의견접수기간에 포함돼 의견을 낼 수 있는 날은 12일에 불과했다. 또 구청 인터넷에서만 행정예고를 하고 정작 CCTV가 설치될 장소에는 이와 관련한 내용을 알리지 않았다. 특히 이곳은 시민들이 쇼핑을 위해 자주 찾는 곳이어서 방범용 CCTV 설치에 시민들의 공감대가 필요하지만 구청 인터넷 공고가 전부였다.
대전시 다른 자치구에서도 시민들에게 알리는 행정예고를 소극적으로 처리하기는 마찬가지다. 서구청은 행정예고를 자체 홈페이지에서 ‘공보’를 통해 알리고 있지만 이를 시민들이 직원 도움 없이 찾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