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진석]일자리 나누기의 전제

  • 오피니언
  • 사외칼럼

[류진석]일자리 나누기의 전제

[금요논단]류진석 충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승인 2009-11-26 10:07
  • 신문게재 2009-02-13 20면
  • 류진석 충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류진석 충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경제위기의 실상이 각종 지표상으로 확인되고 있다. 올해 1월의 취업자수가 작년에 비해 무려 10만명이 줄어들었고, 실업급여의 신청자도 외환위기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경제위기에 따른 고용충격이 본격화되고 있다. 여기에 마이너스 경제성장률, 감원바람과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전망이어서 고용대란, 고용빙하기라는 용어가 현실이 되고 있다.

▲ 류진석 충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류진석 충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처럼 일자리의 수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일자리 나누기(job sharing)가 고용대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일자리 나누기는 고통을 분담하자는 차원에서 일자리를 나누어 고용을 유지하고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스웨덴이나 독일에서 성공사례로 꼽히는 일자리 나누기는 노사합의로 노동시간의 단축, 임금삭감 등을 통해 이루어졌다. 또한 임금감소분을 보전해주는 다양한 지원방식을 병행하여 추진하였으며, 경제주체와 정부의 고통분담이 연대와 상생의 원리에 기초하였기에 가능하였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일자리 나누기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각 경제주체들이 대등한 입장에서 고통을 분담하고, 정부는 노동자와 서민들의 생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려는가에 달려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부자감세, 복지사각지대의 확산 등으로 고통분담이 아니라 서민대중의 고통감수와 강요로 귀결되고 있다. 다수의 사람들이 노동자와 서민대중보다는 특권층 챙기기의 정책추진으로 정부의 고통분담과 책임지려는 모습을 엿볼 수 없고 사회통합의 의지가 있는지 의심을 하고 있다.

고용위기의 극복을 위해서도 일자리 나누기가 성공적으로 추진되었으면 한다. 일자리 유지 자체가 복지이며, 개인 및 가족 생계유지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고용친화적인 복지정책을 추진하는 맥락도 이와 관련된다. 그렇다면, 일자리 나누기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전제되어야 할 것인가.

우선 일자리 나누기는 노동시간의 단축, 임금삭감 등을 수반한다. 이 과정에서 임금감소분을 보전할 수 있는 다양한 지원방안이 강구되어야하며, 삶의 질을 유지하기 위한 사회안전망의 확충이 병행되어야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일자리 나누기 지원방안의 내용도 세제혜택에 국한되어 있고, 그나마 예산규모도 작아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 든다. 고용이 복지가 될 수 있도록 정부의 획기적인 지원이 필요할 때이다.

다음으로 연대와 상생의 가치가 중심이 되어야한다. 고용위기를 함께 극복하고 동등한 입장에서 고통분담이 되기 위해서는 각 경제 주체들이 자신들의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임금감소, 노동내부갈등 초래, 비정규직의 양산 등으로 일자리 나누기가 악용되지 않기 위해서는 모든 경제주체들이 연대와 상생의 원리에 입각하여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일자리 나누기는 고용대란시기에 대처할 수 있는 유력한 대안이다. 정부, 기업, 노동 간의 삼자협약을 통해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양보와 타협을 통해 이루어지지 않으면, 자칫하면 어느 한쪽의 희생만 강요할 것이다.

지금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갈등을 조장하기보다는 사회통합과 합의가 중요할 때이다. 경제위기로 가장 어려움에 처할 사람들은 노동자와 서민대중이다. 이들 계층의 경제적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배려하는 정책이 확대될수록 고통분담은 진정한 의미로 받아들일 것이다. 과거 외환위기때도 고통분담이 일방적으로 전가된 학습효과도 있기 때문에, 나누면 행복하다는 논리가 설득력이 있기 위해서는 보다 세심한 배려가 요구된다. 결국 일자리 나누기의 성공도 고통분담의 진정성을 보일 때 가능할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상명대, 제25회 대한민국 반도체설계대전 'SK하이닉스상' 수상
  2. 충남대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1등급
  3. 생명종합사회복지관, 제15회 시가 익어가는 마을 'ON마을축제'
  4. 서구 소외계층 60가정에 밑반찬 봉사
  5. 샛별재가노인복지센터 생태로운 가을 나들이
  1. [날씨] 단풍 절정 앞두고 이번 주말 따뜻한 날씨 이어져
  2. 한국건강관리협회, 창립 60주년 6㎞ 걷기대회 개최
  3. 대전 노은지구대, 공동체 치안 위해 '찾아가는 간담회' 실시
  4. 찾아가는 마을돌봄서비스 ‘마음아 안녕’ 활동 공유회
  5. 외출제한 명령 위반하고 오토바이 훔친 비행청소년 소년원행

헤드라인 뉴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전에 집결한다. 대전시는 '2025년 중소기업융합대전'개최지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대회기를 이양받았다. 내년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융합대전'은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주관으로 중소기업인들 간 업종 경계를 넘어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분야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별 순회하는 화합 행사 성격도 띠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 한마음대회로 시작해 2014년 정부 행사로 격상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