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밖]누드비치, 어찌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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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밖]누드비치, 어찌할까

  • 승인 2009-11-26 10:07
  • 신문게재 2009-02-13 21면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자기 몸이 벗은 줄 알고 무화과 나뭇잎으로 치마를 하면서부터 사람에게 선악의 관점이 생겨났다. 성도 다자화했고 가식이 되기 시작했다. 기원전 3만 년 전의 ‘빌렌도르프의 비너스’에는 눈이 없다. 시각적 위상을 못 갖춘 예술은 아름답지 않다.


 성(性)도 눈[眼] 속에 있다. 생각하는 주체는 곧 보는 주체다. 보는 주체는 또한 사유하는 주체다. 만약에 이성을 곁눈질하는 것을 소유욕에서 나온 음심이라 한다면 자유로울 자, 누구인가. 좋은 눈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는 악한 눈이라는 라캉이 지적을 좇자면, 눈이 있는 한 구원은 없다.

 성경 요한1서에 ‘안목의 정욕’이 나온다. 눈으로 짓는 정욕적인 죄가 이덕무 식으로는 더러운 습성이다. 이 추습(醜習)을 버리는데 가져야 할 태도는, 첫째는 원피(遠避)다. 대상에서 떨어져서 피한다. 다가가려는 욕구를 억누르기 위해 멀리 떨어진다. 둘째는 절물절안(切勿轉眼)이다. 절대 눈 돌리지 않는다. 안구가 아예 안 돌아가게 굳센 의지력을 발동한다. 셋째는 근지오신(謹持吾身)이다. (눈동자는 물론,) 몸가짐을 삼가 지킨다.

 육신의 정욕도 어려운데 ‘안목의 정욕’이라니, 도달하기 힘든 경지다. 누드비치를 간접체험(?)한 결과, 첫째 방법은 그럭저럭 되겠는데 둘째나 셋째는 가당치도 않겠다. 먼 나라의 일로 알고 ‘저 포도는 시다’고 치부했는데 까딱하다간 그도 어렵게 됐다.

 제주도가 그제(11일) 누드비치(나체해수욕장) 문제를 정식 거론했다. 해수욕장도 ‘녹지와 빛의 해변’처럼 분위기 있게 바꾸겠다 한다. 누드비치로 유명한 러시아의 ‘은색의 숲’(세레브랸느이 보르)을 생각하면 꼭 나쁜 구상은 아닌 것도 같으나 글쎄, 겉모습은 보수적이고 수줍음 타는 우리 성문화가 용납할지가 관건이다.

나체주의자들이 옷 입은 우리를 보기가 끔찍한 것처럼 우리가 그들을 이해 못한다. 더구나 어느 일요일 하루 날아가 누구처럼 누리는 네이키드 선데이의 황홀한 일탈은 상상이 안 간다. 누드비치는 후끈 달아오르기야 하겠지만 실현까지는 녹록하지 않을 것이다. 주민 반대로 무산된 강릉의 누드비치, 고성의 여성 전용 누드비치의 전례처럼 또 ‘돈’이냐 ‘바른 생활’이냐에 귀착될 게 뻔하다. 부산 영도구는 누드비치 구상을 들먹였다가 욕만 먹고 거둬들였다. 충남 쪽도 슬쩍 비치려다 말았기에 하는 얘기다.

 원래 풍경은 원하지 않은 광경이던가. 그래도 어쨌든 라이트하우스, 니스, 리우데자네이루 같은 누드비치가 국내에 들어서 실오라기 하나 안 걸치고 해변을 거닐고 일광욕을 즐기는 것은 어색한 풍경이다. 짐작이지만, 나체주의자가 육체를 보는 눈은 문화재 감상 기법과 비슷하지 않을까 한다. 문화사적 흐름에서 문화재가 차지하는 위치와 의미를 따져보고, 전체를 보고 가까이에서 자세히 본다든지, 미적으로 느껴본다든지, 한 번으로 끝내지 않고 여러 번 본다든지 하는…. 실제로는 어떨는지, 만나면 꼭 묻고 싶다.

 하지만 그들을 만날 자신은 없다. 말했듯이 어려운 것은 멀리 피하라는 ‘원피’, 절대로 눈을 돌리지 말라는 ‘절물전안’ 같은 것들이다. 하물며 몸가짐을 삼가 지키라는 ‘근지오신’까지! 무화과 나뭇잎으로 치마를 하면서 선악의 관점이 생겨났지만 벗는다고 선악의 관점마저 없어질까? 아닐 것이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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