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자의 순서를 알리는 벨소리가 쉴새 없이 울려 퍼지고, 10여 개의 창구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직원들의 손놀림도 점차 빨라진다.
이곳에서 만난 강모(52)씨는 25년 간 목수 일을 해오다 최근 일자리가 뚝 끊기면서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그는 “한 두달도 아니고 벌써 몇 달째 일거리가 없으니 앉아서 손만 빨고 있을 순 없는 노릇 아니냐”며 “IMF때도 이렇지는 않았는데 당장 다시 일을 할 수나 있을지 걱정이 태산”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말을 아꼈다. 번호표를 손에 꼭 쥔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한 40대 남성이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하지만“여기 오는 사람들 사정이 대부분 뻔한데 뭘 그렇게 묻느냐”고 불평만이 돌아올 뿐이었다.
바로 아래층에 위치한 실업급여 교육장. 매일 오후 2시 신규 신청자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는 이곳 역시 언제나 북새통이다. 이날도 이미 교육이 시작되기 한참 전부터 20대에서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교육장 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얼마전까지 광고디자인 회사에서 다녔던 김규홍(35)씨는 지난달 회사 사정으로 뜻하지 않은 실직을 당하면서 이곳을 찾게 됐다. 얼마간 실업 급여를 받아 생활하며 다른 직장을 찾아볼 생각이다. 김씨는 “갑자기 직장을 잃고 막막해하다 이번 기회에 아예 경기 영향을 덜 받는 직종으로 옮겨보기로 마음 먹었는데 잘 될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도 교육장 안은 발디딜 틈 조차 없었지만 2월 들어 사정이 좀 나아진 편이다. 한 관계자는 “1월 한달은 하루에 500여 명씩 몰려들어 교육을 나눠서 진행해야 할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대전종합고용지원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대전과 충남지역의 신규 실업급여 신청자는 8400여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3000여 명이 증가한 수치며, 실업급여 지급이 시작된 이후 사상 최대치다.
대전종합고용지원센터 관계자는 “실업 급여 수급자 증가 추이는 매년 지속되고 있는 현상”이라며 “지난달 신청자가 급격히 늘어난 것은 계절적 요인과 함께 경기 침체의 영향이 가시화 된 것으로 보이지만 좀 더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이종섭 기자 no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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