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가 한 가지 일을 하고 난 다음 그 일을 다시 하고 그리고 다시 또 다른 일을 하고 그리고 나서 한 가지 일을 하고 그리고 또 다른 일을 하고…. 미국의 전위작가 거트루드 스타인(Gertrude Stein)
먼저, 줄에서 1명 줄어드는 시간의 평균을 내고 식당이 몇 석인지 파악한다. 10분당 10명 꼴로 들어간다면 줄이 30명이니까 30분 기다리면 되겠다고 추산한다. 기다리기 전, 식사를 끝낸 손님 표정이 흡족한지도 필수 체크 사항이다.
실속 없이 기다린 식당은 그럭저럭 잘 먹고도 시장이 반찬이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 잘 되는 식당의 특징은 싸고 양 많거나, 서비스가 특별하거나, 맛이 특별하거나, 상권이 좋거나 하는 것이다. 어떤 세미나에 참석했다가 점심을 먹기 위해 무려 3개 시·군을 경유했다. 기회비용을 초래했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이동하는 버스에서 투덜댔다. 그러나 산과 들을 보고 지나가는 처녀도 보고 대나무밭도 보니 손해보는 기분이 싹 사라졌다. 그날따라 점심도 괜찮았다.
세상에는 기다리더라도 다시 찾고 싶은 식당, 기다림과 맛이 없다는 모순을 감수하기 싫은 식당이 존재한다. 맛있는 집인지 아닌지의 식별 기준이 있다. 불평하며 기다린 사람이 맛없다고 하면 그 집은 맛없는 집이다. 내 경우는 손님이 적당히 든 집을 고르는데, 그래야 맛이 다소 떨어져도 후회가 되지 않는다.
어떤 재상이 개울을 건너려는데 한 노인이 망설이고 있었다. 재상은 노인을 업고 개울을 건넜다. 그런데 개울을 잘 건넌 노인이 대뜸 말했다. “당신은 재상감은 못 되고 원님감은 되오. 재상이라면 미리 다리를 놓을 일이지, 일 생겨서 업어주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소.” 재상 할 일이 있고 필부 할 일이 있다는 것이었다. 대통령이 과장 할 일을 하고 장관이 담당 할 일을 하고 있지 않은가.
악기도 만들기 전에 오동나무 보고 춤추는 성급한 사람들이 있다. 기다림이 필요하다. 그러나 일감 받으면 “로또 됐다”고 하는 노동자들 앞에선 기다림의 번호표가 미덕이 아닐 것이다. 쭈뼛거리다가 1년을 보낸 ‘이명박 식당’의 소문만 믿다가 실망한 사람들, 당장 안 먹으면 안 되는 배고픈 사람들에게 ‘기다리라’는 단순한 반복, 동어반복만 거듭할 텐가.
광고주나 정치가들은 자신의 말을 가능한 한 되풀이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기억해주기 때문이다.
10일 이명박 정부 2기 경제팀이 출범했다. 손님 다 내쫓는 재방송은 전혀 효력강화를 하지 못하는 직렬접속이 될 것이다. 그런 일 그만 하자. /최충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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