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밖]좋은 식당 고르기

  • 오피니언
  • 문화칼럼

[안과밖]좋은 식당 고르기

  • 승인 2009-11-26 10:07
  • 신문게재 2009-02-12 21면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하나가 한 가지 일을 하고 난 다음 그 일을 다시 하고 그리고 다시 또 다른 일을 하고 그리고 나서 한 가지 일을 하고 그리고 또 다른 일을 하고…. 미국의 전위작가 거트루드 스타인(Gertrude Stein)


동학사 근방의 식당에서 번호표를 받고 1시간 가량 줄서본 경험이 있다. 먹고 난 사람들의 반응은 ‘소문처럼 맛있다’와 ‘소문만큼은 아니다’의 둘로 갈렸다. 음식맛이 어떻든 시간이 아쉬운 사람은 기다리는 시간을 예측하는 방법을 연구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줄에서 1명 줄어드는 시간의 평균을 내고 식당이 몇 석인지 파악한다. 10분당 10명 꼴로 들어간다면 줄이 30명이니까 30분 기다리면 되겠다고 추산한다. 기다리기 전, 식사를 끝낸 손님 표정이 흡족한지도 필수 체크 사항이다.

실속 없이 기다린 식당은 그럭저럭 잘 먹고도 시장이 반찬이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 잘 되는 식당의 특징은 싸고 양 많거나, 서비스가 특별하거나, 맛이 특별하거나, 상권이 좋거나 하는 것이다. 어떤 세미나에 참석했다가 점심을 먹기 위해 무려 3개 시·군을 경유했다. 기회비용을 초래했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이동하는 버스에서 투덜댔다. 그러나 산과 들을 보고 지나가는 처녀도 보고 대나무밭도 보니 손해보는 기분이 싹 사라졌다. 그날따라 점심도 괜찮았다.

세상에는 기다리더라도 다시 찾고 싶은 식당, 기다림과 맛이 없다는 모순을 감수하기 싫은 식당이 존재한다. 맛있는 집인지 아닌지의 식별 기준이 있다. 불평하며 기다린 사람이 맛없다고 하면 그 집은 맛없는 집이다. 내 경우는 손님이 적당히 든 집을 고르는데, 그래야 맛이 다소 떨어져도 후회가 되지 않는다.

어쩔 때는 국민이 ‘이명박 식당’ 앞에서 줄선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중앙집권 체제에서 누리던 사람들은 아픈 배를 어루만지는 것같이 보인다. 어려서 보던 베갯잇이나 방석, 이불보에 새겨진 ‘기쁠 희(喜) 자 두 개’가 생각난다. 그 글자를 보면 왠지 모르게 기뻤다. 진리라는 것이 생각보다 환상적일 수가 있다.

어떤 재상이 개울을 건너려는데 한 노인이 망설이고 있었다. 재상은 노인을 업고 개울을 건넜다. 그런데 개울을 잘 건넌 노인이 대뜸 말했다. “당신은 재상감은 못 되고 원님감은 되오. 재상이라면 미리 다리를 놓을 일이지, 일 생겨서 업어주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소.” 재상 할 일이 있고 필부 할 일이 있다는 것이었다. 대통령이 과장 할 일을 하고 장관이 담당 할 일을 하고 있지 않은가.

악기도 만들기 전에 오동나무 보고 춤추는 성급한 사람들이 있다. 기다림이 필요하다. 그러나 일감 받으면 “로또 됐다”고 하는 노동자들 앞에선 기다림의 번호표가 미덕이 아닐 것이다. 쭈뼛거리다가 1년을 보낸 ‘이명박 식당’의 소문만 믿다가 실망한 사람들, 당장 안 먹으면 안 되는 배고픈 사람들에게 ‘기다리라’는 단순한 반복, 동어반복만 거듭할 텐가.

광고주나 정치가들은 자신의 말을 가능한 한 되풀이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기억해주기 때문이다.
10일 이명박 정부 2기 경제팀이 출범했다. 손님 다 내쫓는 재방송은 전혀 효력강화를 하지 못하는 직렬접속이 될 것이다. 그런 일 그만 하자. /최충식 논설위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1.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2.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3.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4.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5.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