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남자들에게 인생 최대 숙제이자 인내을 안겨줬던 군대.
경제불황은 군대를 바로 전역한 새내기 예비역들에게 군 복무 시절보다 더욱 큰 인고(忍苦)를 요구하고 있다.
군 제대 후 자신을 다시금 돌아볼 여유도 없이 미래를 위한 담금질을 하는 예비역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12월 군 제대와 동시에 유성구 궁동에 있는 한 호프집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원영욱(22)씨.
원씨는 평일엔 호프집에서, 주말엔 편의점 일을 하는 등 일주일 동안 두 개의 아르바이트를 소화하고 있다.
한남대 통계학과 복학을 준비 중인 원씨는 “학비와 용돈을 벌고 사회생활도 경험해 보고 싶어 제대 후 곧바로 알바를 시작했다”며 “알바와 함께 영어학원과 컴퓨터학원도 다니며 대학생활과 사회생활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남대에 재학 중인 이영호(23·가명)씨는 2년간의 군 생활을 마치고 바로 복학을 결정했다. 남들보다 빠른 시기에 학업을 마친다는 것이 그의 복안이며, 학업 이외에 아르바이트도 병행하고 있다.
“어려워지는 집안 살림에 빠른 취업을 해야 해 복학했지만, 경제난으로 학업에만 열중할 수 없었다”는 이씨는 3월 개강과 함께 빠듯한 학기를 준비 중에 있다.
공무원 준비생인 김기명(23·가명)씨는 군 전역 후 학교 내 도서관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고 있다.
처음 계획으론 전역과 동시에 알바를 해 모은 돈으로 배낭여행을 계획했지만 경제난이 그를 빠른 취업계획으로 인도했다.
“군대에서 못했던 공부를 빨리 시작해 하루라도 먼저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기로 마음먹었다”는 김씨는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도서관을 지키고 있다.
경제불황은 예비역 대학생들의 대학 로맨스도 잠재우고 있다.
예전엔 대학 동아리방을 지키며 어린 여학우들과 풋풋한 캠퍼스 커플을 꿈꿨던 예비역들은 이젠 동아리 생활은 사치에 불과하다고 느끼고 있다.
박동일 한남대 총동아리연합회장은 “동아리 회장을 보더라도 예전엔 예비역들의 몫이었지만 요즘엔 군대에 가기 전의 재학생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며 “동아리방에 예비역들의 발걸음이 끊기고 있다”고 설명했다./김경욱 기자 dearw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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