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서 20년째 택시운전을 하고 있는 나한석(54)씨는 어려운 경제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하루에도 수십 명의 승객을 만나는 택시기사들은 흔히 ‘민심의 바로미터’로 통한다. 선거철 정치인들의 택시 민심탐방이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것도 같도 이런 이유에서다.
사상 최악의 불황으로 일컬어지는 요즘 대전지역 택시기사들이 직ㆍ간접적으로 체감하는 경제 상황은‘IMF 때보다 더 어렵다’는 말로 요약된다. 나씨는 “요즘 승객들 얘기를 듣다 보면 어렵긴 어렵구나 하는 것을 절감한다”며 “다들 IMF때도 이렇게 어려움을 체감하진 못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기사들은 또 요즘 승객들과의 대화가 대부분 ‘먹고 사는 얘기’로 귀결된다고 전한다. 택시기사 오용균(58)씨는 “예전에는 정치 얘기가 손님들과 주된 대화 소재였다면 요즘엔 온통 먹고 사는 얘기 뿐”이라며 “정치인들 욕을 안하는 건 아니지만 그것도 결국 먹고살기 힘들다는 하소연이 주류”라고 말했다.
특히 택시 승객 중에서도 가장 큰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자영업자와 주부들이다. 경기침체가 지속되다보니 자연히 서민들의 지갑이 닫히고, 영세 상인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성천(51)씨는 “주부들은 장보기가 겁난다고 하소연이고, 자영업자들은 장사가 안 돼 문닫기 직전이라고 난리”라며 “25년째 택시 운전을 하고 있는데 이렇게 다들 죽겠다고 난리인 경우는 처음 봤다”고 말했다.
택시 기사들은 이른바 ‘택시 경제론’을 내세운다. 택시 승객 수 감소가 그대로 경제 상황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이씨는 “택시 승객 수 만큼 경기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 없다”며 “당장 주머니 사정때문에 이용을 꺼리는 것은 물론 택시를 한 번 탈때도 열 번쯤은 고민하고 탄다는 게 승객들의 얘기”라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이종섭 기자 no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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