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철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장 |
대지 위에서의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욕망으로 인류는 배를 만들어 바다로 진출했고, 비행기를 만들어 땅을 박차고 비상할 수 있었다. 하늘을 향한 도전은 계속되어 달나라를 여행하는 만화 속 장면은 아폴로 14호로 실현되었다.
인류를 제한하는 것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시도는 늘 인류의 모습을 변화시키는 창조를 낳았으며, 인간은 창조할 때마다 새로운 자유의 지평을 넓혀갈 수 있었다.
과학은 인류의 불편을 편리하게 바꿔주고, 꿈을 현실로 만들어준다. 수레바퀴와 풍차는 노동을 수월하게 해주었고, 나침반은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길잡이가 되었다.
숲을 목초지로 개간해 목축업을 발달시키면서 땔감이 부족해지자 석탄을 이용하는 기술을 발전시켰으며, 이는 증기기관의 발명과 산업혁명으로 이어졌다.
보다 먼 거리를 보다 빠르게 이동해야 하는 필요성은 교통과 통신의 발달을 가져와 현대 인류를 시간과 공간으로부터 자유롭게 만들어 주었다.
그렇다면 오늘날 인류를 구속하고 있는 창살은 무엇일까? 태양계를 넘어서는 광활한 우주에 대한 경외감, 질병과 노화와 수명 연장, 기아문제를 완벽히 해결할 수 있는 농축어업의 획기적 혁신, 에너지 문제를 극복할 꿈의 무한동력이 아니겠는가?
포연 자욱한 제1차 세계대전의 암흑 속에서도 플레밍은 페니실린을 발명했듯, 필요가 있는 한 창조하는 과학의 힘으로 인해 인류를 속박하고 있는 창살들이 하나씩 벗겨지고 있다. 생명과학자들이 식량증산과 질병퇴치의 선봉에 서 있고, 에너지 관련 과학자들이 원자력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위해 실험실에서 젊음과 열정을 바치고 있다.
1980년대 초에 앨빈 토플러가 정보화 시대를 예측한 「제3의 물결」을 발표했을 때 그는 과학적 방법론을 갖지 못한 ‘무늬만 사회과학자’라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에는 인텔이나 마이크로소프트 회사가 주목을 받기 이전이었으므로 허망한 꿈에 불과했을 것이다. 그러나 30년도 채 안된 오늘날 정보통신 과학기술자들은 토플러의 예측보다 더 빠른 속도로 정보화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다.
하나의 과학현상과 이론이 세상에 밝혀져 인간의 삶을 풍요롭고 자유롭게 만들기까지는 가설과 실증실험 그리고 응용연구에 몸 바친 수많은 과학자들이 신념과 정열이 숨겨져 있다.
오늘도 연구실에서 젊음을 불태우고 있는 수많은 과학자들로부터 희망을 읽는다. 저마다의 창의적인 연구 성과를 내놓고, 그것들이 서로 융합되어 탄생되는 새로운 과학의 산물들은 인류의 행복지수를 높여주게 될 것이다. 그들로 인해 인류의 꿈이 멀지 않은 현실임을 예감할 수 있다.
그렇지만 과학이 오만해져서는 결코 안 된다. 자연에 대한 경외감과 겸손함, 연구윤리에 대한 정의감과 도덕성, 새로운 과학물질문명이 주는 위험에 대한 철저한 고증과 대비야말로 과학자의 책임이다.
이 책임을 다했을 때만이 인류의 꿈을 현실로 만드는 과학, 인류의 자유를 확장시켜주는 과학자로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박수와 갈채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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