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남]생태계 이상변화 불 보듯

[김종남]생태계 이상변화 불 보듯

[기고]김종남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 승인 2009-11-26 10:07
  • 신문게재 2009-02-10 12면
  • 김종남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김종남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정부가 <금강 살리기>의 이름으로 급하게 추진하고 있는 행복지구 선도사업은 과연 합강리 일대 금강을 살리는 일일까? 갖가지 포장에도 불구하고 이 사업은 금강 중류권의 가장 우수한 생태지역인 합강리의 자연생태계와 수 환경을 악화시킬 하천개발사업이라는 우려를 떨칠 수 없다.

▲ 김종남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 김종남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이 발표한 행복지구 선도사업 내용을 살펴보면 우려는 점점 깊어진다. 정부는 세종시를 둘러싼 미호천과 금강본류 17.3㎞구간에 하도정비와 제방축조, 4m높이의 보 건설, 인공습지와 친수공간 조성사업으로 약2천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계획대로 이행된다면 합강리의 자연생태계와 수질은 급격하게 악화될 것이 분명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치수를 위한 하도정비와 제방증고는 합강리 일대 금강의 하천습지를 체계적으로 파괴한다. 하도정비는 하천에 자연스럽게 형성된 사주와 하중도 등 퇴적층을 긁어내 하도를 평탄화하게 되고, 물과 분리된 둔치에는 시민이용을 위한 산책로와 자전거도로, 광장과 공연장, 체육시설이 들어서게 된다. 이러한 하천환경의 변화는 합강리의 생태계와 생물상에 큰 변화를 초래한다. 수달과 삵 등 포유류는 물론 참수리, 흰꼬리수리, 매 등 육상생태계 최고포식자들이 위용을 감추게 되거나 많은 생물들이 서식처를 이동하게 될 것이다.

하천환경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바로 금남대교 하류부에 높이 4m로 건설될 예정인 수중보다. 보 건설은 수심 1m 미만의 하천습지가 발달한 합강리 일대를 정체수역으로 만들어 생물종 변화와 수질악화를 촉진한다. 여울과 모래톱, 갈대와 버드나무숲 등 습지환경이 사라지고 수심 3미터 이상의 호소로 바뀌면서 생물 종이 단순화되는 것이다.

자연습지에 의한 수질정화기능이 사라지는 것과 동시에 물이 고여 있게 됨으로써 금강의 수질악화는 피할 수 없다. 갑천 합류점에서 나빠진 금강본류의 수질이 대전시계를 벗어나면서 개선되는데 이를 다시 원점으로 되돌리는 일이 금강 수중보 건설이다.

따라서 정부가 추진하는 금강 살리기 선도사업은 많은 부분에서 수정이 불가피하다. 금강의 자연지형과 생태적 가치를 보전할 수 있도록 금강 양안에 설계된 둔치조성계획과 하도정비, 수중보 건설은 재검토돼야 한다. 하천경작지의 습지복원과 장남평야를 세계적인 습지공원으로 조성하는 한편 장남평야를 보호하기 위해 금강우안에 설치된 제방을 생태적으로 복원하여 생태문화 자원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은 현행 계획대로 입찰공고를 낸 상태이고, 계획대로 밀어붙일 태세다. 금강 살리기 사업을 놓고 또다시 정부와 시민사회의 갈등이 첨예해질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정부가 강 살리기 사업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얻고, 진정으로 금강을 살리고자 한다면 합강리 일대의 자연지형과 생태계를 파괴하고 수질을 악화시킬 선도지구 사업계획은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또한, 금강을 제대로 살리는 방법과 계획구상에 있어서는 세종시를 세계의 생태도시로 만들기 위해 협력해온 지역의 시민사회와 진지한 대화를 통해 함께 만들어갈 것을 적극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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