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상으론 우리나라 학생과 똑같지만 말투가 어눌하다. 여성 종업원은 앞에 앉아 자신도 한잔을 달라고 요구한다. 대화를 나누다보니 입국한 지 1년 정도된 중국 유학생이란다.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새벽 3시까지 하루 6시간, 한달에 25일 일해서 60만 원 조금 넘게 번단다. 23살의 유학생 A씨는 “알바(아르바이트)를 해서 얻은 수입 중 20만 원 정도를 중국에 계신 부모님께 송금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막상 한국에 와 보니 학업보다는 취업(아르바이트)이 낫다는 생각에 알바한 지 5개월이 넘는다. 외국인 유학생이 봇물처럼 밀려들면서 관리대책이 미흡해 부작용이 양산되고 있다.
최근에는 보이스피싱에 연루된 외국인 유학생도 부지기수에 달한다. 대전의 주요대학에는 외국인 유학생이 많게는 1200여명, 적게는 100여명. 이 가운데 중국인 유학생이 90%를 넘고 있다.
학업도 학업이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불법 알바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학교나 관계당국에서도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유학생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서구 도마동 인근도 사정은 마찬가지.
몇몇 술집에서는 중국인 유학생들이 알바를 하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선 D-2비자(정규 유학생)과 D-4비자(어학연수생) 이외에 S-3(체류자격외 활동허가)비자를 받아야 한다.
각 대학마다 S-3비자를 받는 학생은 10% 내외. S-3 비자라 하더라도 사행조장업소, 유흥업소 접객, 비디오방, 노래방, 게임장, 과외 등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대부분 불법으로 유흥업소나 불법과외 등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에서도 외국인 유학생이 워낙 많아 실질적인 관리가 안되고 있다. 모 대학 관계자는 “새로운 문화체험과 경험습득을 위해 눈감아 주고 있는 부분도 있다”며 “개인생활 관리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대학들의 외국인 유학생 유치는 우리나라의 수험생 감소와도 연관이 있다. 신입생 확보가 힘들어 학교마다 재정마련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외국인 유학생 유치가 일종의 수익사업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대학 관계자는 “중국과 자매대학을 맺어 별다른 검증없이 무더기로 데려오는 경우도 있다”라며 “이러다보니 학업은 뒷전이고 돈벌이에 나서는 학생들이 많을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외국인 유학생의 경우 대부분 정원 외 선발이기 때문이다.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도 이들을 적발하기란 인력부족 등 사실상 어렵다.
경찰에서도 급속도로 퍼진 보이스피싱 사건에 연루된 외국인 유학생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일부 유학생 중 유흥주점의 접대부로 일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하지만 사건에 연관되지 않으면 이들을 적발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한 대학 관계자는 “대학마다 국제화를 위해 외국인 유학생 유치가 필수적이라고 하지만 졸속, 과열양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부작용도 증가하고 있다”고 속내를 털어났다./이영록 기자 idolnamba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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