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영근 한남대 미술대학 교수 |
한 대학에서는 시간강사의 강의 배정에 대하여 ‘석사학위 소지자의 경우 시간 강사 위촉기간을 4학기(과거에는 제한이 없었음) 이하로 하고, 주당 담당시간은 대학원을 포함하여 4시간 이하로 한다.(과거에는 주당 12시간이하), 단 55세 이상 또는 타 직장에 근무하고 있는 자는 9시간 이하로 한다. 박사 학위 소지자의 경우 위촉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고, 주당 담당 시간을 9시간 이하(과거에는 12시간)로 한다’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얼핏 보면 강사의 자격을 강화한 것 같지만 실제의 속사정은 기간제인 강사의 정규직화 위험을 피해가려는 데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제한조건이 획일적으로 시행될 경우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특히 미술계열의 경우 당분간 강사 수급에도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미술계열은 전공의 특성상 실기 중심의 교육이 대부분인 관계로 석사학위 이상 학력의 중요성이 매우 미미한 실정이며, 특별한 분야의 능력이 인정될 경우 학력에 관계없이 강의 할 수 있는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강의 배정 제한’이 시행될 경우 논문 표절시비가 비일비재한 현실에서 학문적인 가치가 의심되는 박사논문이 양산되고,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는 박사학위를 양산하는 대학원 장사, 학력 인플레이로 인한 과도한 교육비 지출로 몸살을 앓게 되는 것도 우려되는 문제이다.
결국 실제적이거나 실용적이지도 않은 형식적인 일이 벌어지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또한 연령에 따라 차별대우 하는 ‘55세 이상이나 타 직장에 근무하는 경우’ 강의 제한을 완화하는 내용도 형평에 맞지 않는 ‘기간제 시행령’ 피해가기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모든 문제는 정치권의 정략적인 논리와 상호 신뢰관계가 부족한 상태에서 한쪽 측면만 생각하고 획일적으로 법을 제정하고 적용하려는 데서 온 것이라고 생각된다.
외국 미술계열 대학의 경우 전임 교수는 행정을 책임지는 소수의 정교수를 두고, 부족한 인원은 임면이 자유로운 전문분야의 유능한 강의전담 교수를 채용하고, 강의료를 현실화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유사한 제도가 있으나 실제적 적용과정에서 형식에 그치고 말았다. 교육과학부의 판단이나 해석에 따라 수시로 바뀌고 간섭하게 되니 제도의 정착이 어려운 것이다. 인구의 감소, 시장논리에 내몰리고 있는 지방대학 대학들 가운데 문을 닫아야할 대학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기간제 시행령’으로 또 하나의 어려움을 겪는 지방대학들을 위해 교육과학부가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는다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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