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호황기에는 택지 낙찰이 곧 ‘로또’에 당첨된 것과 다름없지만 경기 침체 땐 미분양사태로 이어져 오히려 택지 소유가 금융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주택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건설사 신용위험평가에서 워크아웃으로 결정된 건설사들의 경우 공공택지 처리를 놓고 고심중이다.
실제로, 대전의 A 업체는 지난 2007년 전라북도 택지개발지구 내의 공공택지를 380억원에 분양받고 계약금 10%를 납부했었다. 하지만 중도금 납부날짜가 다가오면서 이 업체는 사업 진행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이 건설사는 수백억원대의 중도금과 잔금 납부 후 자금회수가 늦어지면 자칫 회사가 존폐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는 판단에 계약금을 떼고 계약해지를 결정했다.
결국 A업체는 38억여원의 계약금을 날렸다. 업계에서는 좋은 결정을 내렸다는 평가다. 대전의 B 업체도 경기도 지역에 공공택지를 낙찰받았지만 자금조달이 원할치 않아 회사가 어려움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건설사 신용위험평가 C등급을 받은 S업체도 대전 서남부 지구 17블록을 낙찰받았지만 앞으로 채권금융단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미지수다.
이 업체는 서남부 17블록(1899억원)을 낙찰받고 계약금 10%, 중도금과 잔금은 15%씩 6차례에 걸쳐 납부해야 된다.
지난해까지는 연체없이 계약금 10%와 중도금 4회차까지 납부했으나 올해 두 차례에 걸쳐 825억원(43%)을 납입해야 한다.
대한주택공사 대전·충남 지역본부도 서남부 2블록(1020억원)을 지난해 두 차례 입찰을 진행했지만 주인이 나타나지 않아 현재는 수의계약으로 내놓은 상태다.
서남부 2블록은 택지개발지구에다 유성 인근 대도로변에 위치해 매력도 있지만 경기 침체 여파는 피해가지 못했다.
건설사 신용위험평가 퇴출 결정이 내려진 대주건설도 중구 선화동 일원에 주상복합 용지를 갖고 있지만 부지 매각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대덕구 석봉동에 금강엑슬루타워를 시공 중인 풍림산업도 인근에 2차 공공택지를 확보하고 있다.
당초 올 하반기 사업을 진행하려 했지만 워크아웃이 결정되면서 앞으로 채권금융단과 협의가 남아있어 어떻게 결정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건설업체들은 이같이 어려운 여건하에서 현금확보를 위해 택지를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공택지가 시장에 나오더라도 수백원대의 땅값을 지불하고 구입하려는 수요층이 없어 관련업체들은 고민이 크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전 서남부 지구를 낙찰받은 업체 가운데도 중도금 연체 등 사례가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업체들은 땅을 매각하려고 시장에 내놓아도 주인이 나타나지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고 말했다./조성수 기자 joseong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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