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든 친구와 선생님에게 작별을 고하고 또 다른 출발을 다짐하는 자리인 졸업식장이 일부 학생들의 몰지각한 행동으로 그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과거부터 이어지던 밀가루 뿌리기 등의 악습을 넘어 소화기 뿌리기, 속옷차림으로 거리 활보, 알몸노출 등 그 행태가 과격해지며 졸업식장이 얼룩지고 있다.
▲ 졸업식장에 소화기들이 너저분하게 널려있는 가운데 한 졸업생이 친구들에 둘러쌓여 교복이 찢겨지고 있다. |
4일 서구의 한 고등학교 졸업식장. 졸업행사가 끝나고 졸업생들이 밖으로 나오자 일부 소화기를 든 학생들이 소화기를 졸업생들에 뿌려댔다.
순간 졸업식장 곳곳이 소화기 분말가루로 바로 앞도 볼 수 없는 상황이 됐고, 일부 학교를 빠져나가던 차들은 잠시 정차해야 하는 소동까지도 발생했다.
소화분말가루로 졸업식장을 찾은 이들이 얼굴을 가리고 그 자리를 급히 벗어나기도 했고, 일부 아이들은 기침을 토해내기도 했다. 또 다른 장소에선 한 학생이 여러 학생에 둘려 쌓여 교복이 찢겨졌다.
교복이 찢긴 학생은 결국 속옷까지 벗겨져 알몸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일부 여학생의 교복도 찢겼고, 쫓고 쫓기는 학생들이 문 등에 부딪혀 넘어지기도 했다.
밀가루 뿌리기는 여기저기서 그대로 재현되고 있었고, 식용유, 계란, 케첩 등도 곳곳에서 흩날렸다.
일부 학생들은 교복을 입고 서슴없이 행사장을 돌며 담배를 피우고 담배꽁초를 교정에 버리기도 했으며, 교복이 벗긴 체 도로를 활보하고 대중버스를 타기도 하는 등 졸업식의 참상은 이웃 주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도 했다.
이 고등학교 근처엔 초·중학교와 유치원도 있어 어린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악습이 습득될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통제하는 이는 볼 수 없었고, 일부 학부모의 언성으로 학생들과 말싸움이 벌어지는 행태까지 벌어졌다.
졸업식장을 찾은 학부모 이모(50)씨는 “졸업식장이 아니라 아수라장”이라며 “소화기에 알몸은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 학교 A교사는 “졸업식이 있기 전에 학생들에게 일탈행위 방지 등에 대한 교육을 시키는 등 관리를 하고 있지만 졸업하는 학생들을 통제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밝혔다./김경욱 기자 dearw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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