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보름의 풍속은 농경을 기본으로 했던 고대사회로부터 풍농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비롯됐다. 보름날 행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달맞이와 달집태우기인데 자기의 집이나 달이 뜨는동산 산마루에 올라가서 남보다 먼저 달을 봄으로써 그 해의 소망을 비는 것이다.
지금은 아련한 추억이 됐지만 시골 마을에선 이맘 때면 약속이나 한 듯 저녁을 먹고 나면 마을 친구와 형들이 삼삼오오 모여 깡통에 솔방울과 마른 나뭇가지 등을 가득 담아 동네 입구 논과 밭에 모여서 쥐불놀이를 하곤 했었다.
집에서 몰래 가지고 나온 성냥에 불을 지펴 논두렁 밭두렁을 태우다 어른들에게 혼도 났다. 하지만 정월 대보름날만은 어른들도 크게 나무라지 않았다. 휘엉청 밝은 정월 대보름달 아래 한해 소원을 염원하며 모두가 마을 축제날로 여겼기 때문이었다. 농촌의 고령화로 이제는 정월 대보름의 추억들을 찾아 보기 힘들다. 그렇지만 우리의 전통 놀이들은 도시에서도 이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국 곳곳에서 윷놀이, 제기차기, 부럼깨기, 연만들기, 팽이만들기, 줄다리기, 쥐불놀이, 다리밟기, 떡메치기, 투호던지기, 새끼꼬기 등 우리 멋이 듬뿍 담겨져 있는 다양한 민속놀이 이벤트들이 펼쳐진다. 이번 주말에는 자녀들에게 컴퓨터 게임 대신 우리의 민속놀이 마당을 찾아 같이 즐겨 보도록 하자.
보름날 저녁에는 맛있는 오곡밥상을 차려 보고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 앉아 호두와 땅콩 등을 까 먹으면서 가족끼리 이웃끼리 둥근달을 등에 업고 윷판이라도 펼쳐 보자. 어렵고 힘든 세상걱정과 시름을 잠시 떨치고 우리 가족과 사회의 건강과 행운 등을 기원하고 풍년 농사를 기원하면서 말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