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재복 대전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 |
경험은 있지만 그래도 역시 새 출발을 하였다. 8년 판사생활을 마감하고 변호사개업을 준비하다 보니 산 너머 남촌의 무지갯빛 희망이 보이기도 하고 막막한 인생고가 섣부르게 엄습해오기도 한다. 의뢰인과 사건에 치어 바쁘게 지내던 오래전의 변호사 시절이 반추되기도 하고 사무실의 운영을 걱정하는 현재의 변호사업계의 불황이 고스란히 느껴지기도 한다. 희망과 걱정이 한꺼번에 몰려오기도 하고 번갈아 다가오기도 한다.
변호사들이 어려운 것은 사실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우선 숫자가 늘었다. 국민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아직도 적을지 모르지만, 변호사의 눈으로 바라보니 솔직히 너무 많다. 법원 앞 건물마다 서로 도드라지려 애쓰듯 어지러이 붙어 있는 간판들이 이를 말해 준다. “변호사=돈 잘 버는 직업”이란 등식은 이제 수정되어야 마땅해 보인다. 그야말로 옛이야기가 되었다. 변호사도 이제 생계 걱정을 하여야 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점심식사 5,000원 이하의 구내매점을 운영하겠다”는 약속이 지방변호사회 회장출마자의 공약으로 먹혀드는 세상이다. 어려움의 타개가 과제이다. “상담료를 받자”는 변호사들의 바람은 의사의 진료비 수납과 다를 바가 없어 당연한데도 무료법률상담이 요망되는 국민적 요청에는 어긋나 그 시행에는 적잖은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직역확대가 살길이다. 그러나 이것도 중첩되는 직역의 종사자들과 사이의 이해충돌 탓에 결코 쉬워 보이지 않는다.
흡족해하며 살기는 정말 어려운 것이 사람살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세상 풍파를 헤쳐나가는 것이다. 쓰라린 고통도 이겨내고 물밀듯 닥쳐오는 난관도 극복하면서 조금은 양보하고 조금은 잇속도 차려가며 그렇게 어우렁더우렁 살아가는 것이 인생살이이다. 다 마찬가지이겠지만 법조도 갈수록 더 좁아지고 치열해지는 듯싶다. 이러한 상황의 법조에서 자족(自足)하며 살아가자면 더욱더 그러하여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은 무엇을 위하여 어떻게 살아가느냐의 문제인 것 같다.
지향점은 정해졌다. 내가 갖춘 것은 알량하나마 법률지식과 실무경험이다. 그나마 이러한 법률지식의 결여로 인하여 조력(助力)이 요망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법조 도우미로 살기로 작정하였다. 변호사로서 호황이든 퇴락이든 따지고 싶지는 아니하다. 어차피 선택한 길. 어떠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기꺼운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은 확고한 마음가짐이다.
어떠한 길이든 마지못해 갈 마음은 추호도 없다. 세상사 마음먹기다. 편하다는 것과 보람을 느낀다는 것은 확연히 다르다. 어느 쪽이 행복이라고도 장담 못한다. 행복이란 스스로 만족하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마음을 다 기울이고 정성을 다 바치고 힘을 다 쏟아 ”(신명기 6장 5절) 제 할 일을 다 할 때 보람을 느낄 것이다. 자신의 선택에 대하여 의당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변호사로서의 기다림 속에서도 행복 찾기는 하여야 한다. 마냥 자유로워 보이지만 적지 않은 속박도 따르게 될 변호사생활 역시 긍정적인 사고로 흔쾌히 매진(邁進)하여야 한다. 매사(每事)를 열린 마음, 밝은 쪽으로 바라봐야 한다. 행복은 특별한 곳에 보물처럼 모셔져 있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마음속에 다소곳이 숨어 있는 것이다. 찾느냐 마느냐는 각자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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