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염홍철 한밭대 명예총장, 前 대전시장 |
게이츠는 자신의 고교시절의 선생님들이 학습 흥미를 북돋웠기 때문에 “나는 수학과 소프트웨어에 깊은 관심을 기질 수 있었다”고 회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훌륭한 교사와 무능한 교사가 내는 교육적 차이는 놀랄 정도로 크다”고 강조했다. 게이츠는 “우리 재단은 9년 전 부터 고교교육을 개선하기 위해 20억 달러를 썼다”고 밝혔다.
현재 정부에서 발표하고 있는 ‘영어 몰입식 교육’이라든지 특목고 다수 설립 등은 교육개혁의 본질이 아니다. 교육 개혁은 모든 사람이 최고의 교육을 동등하게 받을 권리를 인정하고 보장 하는데서 부터 출발해야 된다.
미국은 이미 20년 전부터 이러한 교육개혁에 불을 붙였다. 1990년에 발족한 비영리 교사양성기관인 ‘미국을 위한 교육(TFA: Teach for America)’는 미국 명문대 졸업 예정자들을 교육시켜 빈민지역 교사를 지원하고 있다. 일반교사들이 꺼리는 문제학교에서 학생들을 열성적으로 가르쳐 교단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이 TFA 프로그램에 하바드와 예일대 등 명문대 졸업예정자의 10%가 지원한 것을 비롯해 400개 대학에서 2만 4700명이 지원했는데 그 중 3700명을 선발해 2년 이상 교사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교내 폭력과 마약 등으로 얼룩진 학교에 우수 교사를 보내 학생들의 학업성적을 높이고 대학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을 늘리고 있다. “빈부 격차가 교육 격차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것”이 이들의 이상이며 목표이다. 이것이 진정한 교육개혁이다. 지나친 경쟁위주의 교육, 돈이 없으면 기회를 놓치는 교육이야말로 바로 교육개혁의 대상이다.
이와 같은 교육개혁은 사회통합에도 기여한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고, 머리 좋고, 좋은 대학 나온 사람들이 문제 지역, 빈민 학생들을 가르치면 충분한 학습경험이 되고, 또 어려운 학생들도 그들의 열정과 봉사에 감동을 받을 수 있다면 사회 통합이라는 큰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
물론 미국과 한국의 교육현실이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사회를 염원하는 젊은이들의 열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리고 이는 단순한 희망사항이 아니다. 실제로 필자는 시장 재임시 ‘복지 만두레’시책의 일환으로 대전 출신 민족사관학교 학생들이 방학 때 대전에 내려와서 어려운 가정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어, 수학 등을 가르치게 했다.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 ‘한국판 TFA’라고 명명할 수도 있을 이 시책이 지금까지 이어지지 못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그렇다고 이러한 프로그램이 갖가지 사회적 모순이 뒤엉킨 교육의 문제를 풀 수 있는 만능열쇠는 아니다. 그러나 하나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 TFA 프로그램은 교육격차 해소와 사회통합이라는 정치사회적 함의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역할 분담을 통해 현직 교사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으면서 하나의 자극제가 되어 교사개혁의 모티브를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의 미래는 아이들에 달려 있다. 인류에게 희망이 될 아이들의 잠재능력이나 가능성이 사장되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도 부모의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능력이 그 아이의 삶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필자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활짝 피울 꽃씨 하나를 심는 심정으로 ‘대전을 위한 교육(TFD:Teach for Daejeon)’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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