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바도르 달리가 '달리'가 될 수 있었던 이유’

  • 문화
  • 공연/전시

살바도르 달리가 '달리'가 될 수 있었던 이유’

  • 승인 2009-11-26 10:07
  • 신문게재 2009-02-04 13면
  • 변상형의 문화스펙트럼변상형의 문화스펙트럼
요즘 청년들은 88만 원 세대라 불린다.
비정규직 평균임금 119만 원에 20대 급여의 평균비율 74%를 곱한 수치라고 한다. 젊은이 10명 중에 9명이 실업자라니 88만 원 세대에게 실업자 증후군이 급속히 퍼지는 것도 당연하다.

▲ 변상형의 문화스펙트럼(전 이응노미술관장)
▲ 변상형의 문화스펙트럼(전 이응노미술관장)
학업을 마치고 난 후 자신의 재능과 관심에 따라 원하는 직장을 갖는 것은 고사하고 졸업을 앞두고 기다리는 것은 실업자라는 딱지뿐이다.

흔히 앞길이 창창하다고 하는 젊은 그들에게 졸업식은 빛나는 졸업식이 아니라 이미 실업자 발대식이 되어버렸다.

졸업하기 전 각종 자격증을 따기 위해, 혹은 어학연수를 떠나기 위해 휴학하는 학생들이 늘고, 취직 대신 대학원에 진학하는 비율이 늘어난 것도 대학가 신풍속도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정부도 청년실업문제에 있어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는 듯하다.
사기업에 일정 정도 기금을 지원해주고, 임시 일자리 창출을 독려하지만 겨우 최저생계비에 맞춰 임금을 받는 비정규직만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대통령이 나서 대학졸업자 초임을 내리자고 제안하는 형편이니 대책이 뾰족하게 없긴 없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렇게 경제가 어려운 시절이나, 활황이었던 때나 그 흔한 ‘실업’이라는 말조차 어울리지 않는 무리들이 있다.

예술을 한다는 ‘작가’들이다. 예술작업을 직업으로 삼겠다는 이들은 취직 같은 것은 꿈도 꾸지 못하고 만년 실업자로 살아왔다.

일반적인 취직을 위해 애쓰는 젊은이들은 아니라고 하나 장기간 경제활동 인구에서 제외된 그들을 위해 사회는 어떤 대책이라도 세워본 적이 있었을까.

현재 대전시립미술관에서는 <10 NEXT CODE>(2008.12.23~2009.2.15)전이 열리고 있다. 2006년 이후 대전·충청지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청년작가들을 선정하여 지원하는 전시다.

10명이라는 적지 않은 지역작가들을 선정하여 젊은 그들의 예술세계를 일반인들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전시는 작가 개인에게는 영광이며, 더욱이 어려운 사회경제적 분위기 속에서도 지역의 젊은 작가들을 위해 공적기관이 지원하고 있음은 미술계의 입장에서 볼 때도 무척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지역의 젊은 작가들을 발굴하고 그들의 역량을 키워내는 자리를 지역의 미술기관에서 자처하고 나서니 지역미술의 자산을 쌓아 가는데 좋은 토대를 형성하고 지역문화예술의 역량도 한층 커질 것임에 틀림없다.

당연히 어렵게 이 지역에서 작업하고 있는 젊은 작가들의 힘을 북돋아 주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전시에 초대받은 10명의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살펴보면서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또 다른 젊은 작가들의 상황이 자꾸 눈에 밟히는 것은 왜일까.

앞으로 이 지역의 미술계를 떠안고 살아가야 할 많은 젊은 작가들에게 현재 어떠한 방식의 지원과 사회적 기회가 주어지고 있는지를 또한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익히 잘 알려진 작가들의 작품세계가 온전히 우리들에게 알려지고 그 예술성을 인정받기 까지는 각종 후원과 지원이 있었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한다.

다빈치나 미켈란젤로는 물론이고 초현실주의로 대표되는 살바도르 달리도 어떤 형태이든 지속적인 후원을 받지 못했다면 아마도 오늘날 우리는 그의 존재를 알지 못했을 것이다. 달리에게는 페기 구겐하임과 같은 진정한 후원자가 있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20세기 현대미술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대표적인 후원자이자 콜렉터였던 그는 예술작품을 단순히 감상하고 구입하는 차원이 아니라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여 미술경향을 선도하고 대중에게 이를 알리는 진정한 패트론이었다.

단순히 젊은 작가들을 발굴한다는 명목 하에 치러지는 청년작가전이 매년 일회적인 행사로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은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지원전이 신인을 배출하는 통과의례도 아닌데 공적 기관에서 열어주는 젊은 작가전은 과연 그들에게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인가

팸플릿을 제작해주고 장소를 제공하며, 작가들 스스로 작품세계를 밝히는 정도의 전시는 참신한 실험정신으로 경쟁력을 갖춘 몇몇의 작가들에게 멍석 한 번 펴주는 것에 불과하다.

지속적으로 작가와 작품에 대한 지원이 따르지 않는 상황에서 소수에게만 기회가 주어지는 이러한 전시는 순수예술을 직업으로 삼고 열심히 작업하고 있는 이 지역의 많은 젊은 미술인들을 움츠러들게 한다.

우리지역의 젊은 작가들이 어떤 이유에서든 끝까지 작업을 할 수 있는 이유를 지역사회가 주어야한다. 젊은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것은 단지 공적 기관만의 역할은 아니다.

왜 살바도르 달리가 달리 달리가 될 수 있었겠는가!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예술가에게는 진정한 사회적, 개인적 후원자가 절실히 필요하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충남대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1등급
  2. 생명종합사회복지관, 제15회 시가 익어가는 마을 'ON마을축제'
  3. 상명대, 제25회 대한민국 반도체설계대전 'SK하이닉스상' 수상
  4. 한국건강관리협회, 창립 60주년 6㎞ 걷기대회 개최
  5. 서구 소외계층 60가정에 밑반찬 봉사
  1. [날씨] 단풍 절정 앞두고 이번 주말 따뜻한 날씨 이어져
  2. 대전 노은지구대, 공동체 치안 위해 '찾아가는 간담회' 실시
  3. 샛별재가노인복지센터 생태로운 가을 나들이
  4. 외출제한 명령 위반하고 오토바이 훔친 비행청소년 소년원행
  5. 찾아가는 마을돌봄서비스 ‘마음아 안녕’ 활동 공유회

헤드라인 뉴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전에 집결한다. 대전시는 '2025년 중소기업융합대전'개최지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대회기를 이양받았다. 내년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융합대전'은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주관으로 중소기업인들 간 업종 경계를 넘어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분야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별 순회하는 화합 행사 성격도 띠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 한마음대회로 시작해 2014년 정부 행사로 격상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