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창우 대전시한의사회장 |
그는 미국의 축산업, 낙농업을 고기와 우유, 그리고 달걀을 생산하는 공장이라고 표현을 한다. 생명의 존엄성을 상실한 채 오로지 생산량을 늘리려는 그 각각의 현장에 대한 실상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18인치×20인치 크기에 갇혀있는 7~8마리의 닭, 무게에 다리가 부러지도록 살을 찌우며 철제 우리에 갇혀서 꼼짝달싹 못하는 돼지, 450Cm×360Cm(5평) 크기의 우리에 갇혀서 육질을 키워가는 15마리 가량의 소. 고기의 생산량을 늘리고자 사용되는 각종 약물들에 대한 이야기.
책을 읽는 동안 공장이라는 표현을 왜 썼는지 너무나 쉽게 이해가 된다. 존 라빈슨은 육류가 주식인 미국인의 식습관에 대하여 신랄한 비판을 가한다. 가축을 살찌우는데 사용하는 곡식이 미국인구의 5배를 부양하는데 사용할 수 있는 양이라니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미국인이 먹는 육류의 양을 절반만 줄이면, 가축에게 사용되는 곡식의 양이 그만큼 줄게 되어 지구상의 기아문제가 사라진다고 한다. 또 육류를 생산하면서 발생하는 배설물과 수자원의 사용으로 환경을 파괴시키는 문제점도 놓치지 않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육식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각종질환에 대하여 솔직하게 적어놓았다.
동물성 단백질과 지방 섭취가 증가함에 따라 암과 심장마비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상관관계를 설명한다. 나이든 여성들이 많이 겪는 골다공증 역시 그것이 원인임을 밝힌다. 그리고 축산업자, 낙농업자들이 공립학교에 보급하여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자료가 얼마나 부적절한 거짓말인가를 고발한다. 학교교육에서 육류로부터 섭취하는 단백질이 최고라는 것, 하루에 세잔씩 마시길 권장하는 우유속의 칼슘이 우리의 뼈를 튼튼하게 한다는 것 등이 모두 허구임을 밝힌다. 막강한 힘을 가진 업자들이 그릇된 지식을 전달하며, 전 국민을 세뇌하고 있다는 것을 당당하게 주장한다.
거대한 조직과 맞서는 개인의 용기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그는 암의 원인을 잘못된 식생활에서 찾는다. 그리고 그 치료방법을 연구하는데 들어가는 국가의 재정에 관해서도 일침을 가한다. 음식을 통한 암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말이다. 음식습관만 바꾸어도 암 발생률을 현저하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 대목에 이르니, 한의학의 질병관인 예방의학과 관점이 맞아 떨어짐을 느끼게 한다. 어쨌든 눈에 보이는 것을 중시하는 미국에서 본질적 문제로부터 질병을 미연에 막아보자는 주장이 나오니 신선함 마저 든다.
채식과 발효식품을 위주로 하는 우리 음식에 미국인들의 관심이 늘어가는 이유를 알만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꼭 남의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지금 우리의 축산업, 낙농업은 과연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그리고 육류섭취가 날로 증가하는 우리의 식탁에는 문제가 없는지, 패스트푸드에 친숙한 어린 청소년들의 건강에는 이상이 없는지 자못 궁금하기만 하다. 700쪽이 넘는 분량의 책이지만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미국식을 따라가는 우리의 음식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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