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기복 대전시기독교연합회장.대전선화감리교회 감독 |
동네 다른 친구들은 딱지치기나 여러 가지 놀이를 하면서 신나게 노는데 나는 소 때문에 놀지도 못하는 것이 은근히 귀찮았다. 그러나 소가 풀을 뜯기 시작하면 얼마나 맛있게 먹는지 가자고 고삐를 끌어도 더 먹겠다고 버티며 열심히 풀을 뜯는 모습이 참 인상 깊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데 그 소가 새끼를 낳고 또 돈을 벌어 주어서 내가 객지에 나가 공부하는 데 크게 이바지를 해 주었다. 가끔 시골집에 오게 되면 그 소가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그리고 조부님께서 “저 소가 우리 집 보배다”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
새끼를 낳아 크게 되면 떼어 장에 가서 팔고 온다. 며칠 동안 목이 쉬도록 새끼를 찾는 어미의 그 애절한 모습도 보았다. 또 한 번은 동네 가까운 곳에 사는 사람에게 소를 팔았는데 그 송아지가 어미 소한테 도망을 왔던 해프닝도 있었다.
소는 정말 성실하고 정직한 동물이다. 농번기에 그렇게 일을 많이 하고도 다음 날 또 일하러 나갈 때 무거운 발걸음이지만 내 디디며 나가는 모습은 애처롭기까지도 했다. 그러나 어떠한 환경 속에서도 자기의 본분을 지키는 소의 모습은 어린 나이였지만 오랜 시절 내 기억 속에 자리 잡을 만큼 인상적이었다.
소는 주인을 위해 모든 것을 다 희생하는 동물이다. 늙게 되면 시장에 내다 팔 때에도 말없이 외양간을 나와 그 먼 길을 떠난다. 또 사람들을 위해 평생을 일만 하고 마지막에는 자기의 모든 것을 사람들에게 받친다. 또 소는 우직하다. 그 큰 눈을 껌벅 거리면서 일을 하고 먼 길을 열심히 걷는 것을 보면 참으로 믿음직스럽기만 했다.
성질이 강한 소도 있지만 대개는 순박하여 아이들도 아낙네들도 끌고 다닐 수 있는 가축이 소다. 작년에는 쇠고기 파동으로 소가 많은 수난도 당했지만 올해 소띠에는 우리 사람들이 소에게서 많은 교훈을 받았으면 좋겠다.
우보천리라는 말과 같이 느린 것 같지만 꾀를 부리지 않고 열심히 걸어가듯 올 한해도 우리 모두가 소처럼 앞을 향해 열심히 걸어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주인이나 사람들에게 유익만 주고 떠나는 소와 같이 모두에게 유익을 주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나도 소처럼 말없이 일하고 섬기며 내 모든 것을 내어 줄 수 있는 우직한 목자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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