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설 연휴 일주일이 지나서야 남모를 사연을 지닌 채 마음속에 간직한 이들을 찾아 성묘길에 오르는 이들이 있다.
▲ 최규희씨가 군복무 중 숨진 아들의 묘비앞에서 흐느끼고 있다. |
1992년 군 복무 중 숨진 고 김용민 상병의 묘비 앞엔 17년이라는 시간을 무색게 하는 어머니 최규희(62)씨의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3형제 중 맏이인 고 김상병이 순직한 지 17년이 지났지만 최씨는 항상 명절이 일주일 지난 후 아들이 묻어 있는 대전현충원을 찾는다.
이미 장성한 고인의 두 동생과 함께 경기도 안산에서 명절을 쇠는 최씨.
그는 가족들에겐 당시의 아픔을 드러내지 않고자 명절을 보낸 지 일주일이 돼서야 아들이 묻어 있는 현충원을 홀로 찾는 남다른 사연을 갖고 있다.
같은 날 현충원에서 만난 김영화(78)씨는 아침 일찍 서울에서 내려왔다.
한국전쟁으로 한쪽 눈과 팔을 잃고 평생을 합병증에 시달려온 남편 고 임병만씨를 잃은 지 8년째가 됐지만 김씨 역시 8년간 명절이 일주일 지난 주말 성묘길에 오른다.
“명절엔 교통이 복잡해 조금밖에 머물지 못하잖아요. 오래 보고 싶으니까, 항상 이때 찾는 거죠”라는 김씨의 말 속엔 한평생 병과 시름하다 순직한 남편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 있었다. 취업준비생 이명환(29·가명)씨 역시 아버지 성묘는 명절이 일주일 지나고 나서다.
이씨는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는 재혼한 상태다.
새 아버지 역시 이씨에겐 좋은 분이셨지만 취업을 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번 고향 방문은 미룰 수밖에 없었다.
그런 이씨도 아버지 묘소가 있는 충남 논산만은 어린 시절부터 지켜왔던 명절이 지난 일주일 후의 방문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아무리 취업을 못했다 해도 이것마저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손에 안 잡힐 것 같아요”라는 이씨.
다음 명절엔 고향 방문까지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김경욱 기자 dearw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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