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숙자]자발적 가난과 배려의 지갑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이숙자]자발적 가난과 배려의 지갑

[경제칼럼]이숙자 대전 주부교실 사무국장

  • 승인 2009-11-26 10:07
  • 신문게재 2009-02-02 21면
  • 이숙자 대전 주부교실 사무국장이숙자 대전 주부교실 사무국장
설 명절을 준비하면서 지갑 열고 닫기를 반복하는 갈등을 겪었다. 제수용품과 생필품 몇가지 고르지 않았는데도, 10만원을 훌쩍 넘기는 일이 다반사여서 계산대에 서기가 이번처럼 부담스러운 적이 없었다.

정부는 설 물가 안정을 위해 특별단속반을 운영한 결과 점검 특별 품목의 상승률이 0.8%에 불과해 안정세를 이룬 것으로 평가했다. 그렇지만 주부들의 체감물가는 이보다 훨씬 높았으며, 또렷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불확실성이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 이숙자 대전 주부교실 사무국장
▲ 이숙자 대전 주부교실 사무국장
취업난과 실업난, 기업과 가계파산 급증, 신 빈곤층 속출 등 어두운 그림자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긴급복지지원 신청자 수가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증가했고, 경기 악화에 따른 실직과 휴ㆍ폐업 등으로 이른바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서민이 크게 늘고 있어 경제 · 사회적 충격이 현실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이 사회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풍요로움이 물질적인 양의 증가만을 뜻하지 않는데도 경제적인 여건이 악화되면서 사람들의 마음에 여유로움이 사라지고 있다. 자신에 대한 투자는 물론이고 다른 사람을 향한 배려도 줄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경제위기를 소비 생활 전반을 반성하고, 생활계획표를 다시 짜라는 경고는 아닌지 살펴볼 일이다. 경기가 안 좋으니 소비가 위축된다고 겁을 먹기 보다는, 그 동안 우리의 소비형태가 어땠는지 성찰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야만의 시장에서 살아 남기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제도가 아닌 사람들의 자기 반성과 성숙을 통한 변화된 마음을 통해서만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깊은 늪에 빠진 지금의 경제 상황은 소비가 또 다른 소비를 부르고, 욕망이 욕망을 낳는 ‘디드로 딜레마’ 속에 함몰되어 고장 난 제어등 처럼 습관적으로 일삼는 소비행위를 되돌아보라는 신호탄일 수 있다.

오래 전 친정어머니를 여의고 그 소회(所懷)를 담담하게 적은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가난하고 외롭게 생을 살다 간 어머니가 너무 가엽고, 황망해 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지 못하다가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끄집어낼 겸 유품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새삼 옷장 가득 들어찬, 입지 않은 옷과 찬장 서랍마다에 빼곡한 그릇들을 보면서 ‘풍요속의 빈곤’이라는 말을 실감했다는 글이 기억난다.

이제 우리는 절제된 생각없이 물품을 사들이고 소비하는 행위를 버리고,‘비움’을 통해 삶을 채울 수 있다는 사색을 해야 한다. 행복의 비결은 분수에 맞지 않은 것들에 대한 욕심을 버릴 줄 아는 자세에 있다. 그동안 입고 쓰고 먹는 일에만 힘을 기울였고 이를 위해 돈을 번다는 사고로부터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다. 덜 쓰고, 못 사는 것 때문에 괴로워하기 보다는 자발적 가난을 생활 속의 즐거움으로 녹아들어가게, 실천적 깨인 삶으로 변화시킴으로서 삶의 의미와 보람을 찾고 소외계층과 인간다운 삶을 살지 못하는 사람들과 더불어 숲을 가꾸는 배려의 싹을 틔우도록 해야 할 것이다.

‘디드로 딜레마’의 저자인 앨리슨 헤인즈는 시간과 돈, 행복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시간과 돈을 쓰는 데 균형감각을 갖추면 인생이 행복해진다고 말해준다. 돈을 잘 관리하면 가장 중요한 곳에 쓸 수 있고 기쁨은 몇 배가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데, 이를 우리 모두 마음에 새겨 자발적 가난으로 배려의 지갑을 열어보자. 배려와 나눔은 이음동의어이다. 아무리 각박한 경제 상황일지라도 나만 생각하는 지나친 자기 이익추구나 공익의 탈을 쓴 집단의 사익 추구에서 벗어나 ‘베품’의 미덕을 실천해보자. 이는 사람으로서 반드시 가져야 할 의무이자 최소한의 배려임을 명심하였음 한다.

자발적 가난으로 배려의 지갑을 여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지나치게 한가한 생각”이 매서운 겨울 바람을 견디어 낸 나무가 희망의 봄을 잉태하듯 우리 곁으로 다가오기를 기대해 본다. 혹독한 경제 한파를 슬기로움으로 이겨내려는 마음다짐과 함께 주저앉아 상대방이 손을 내밀지 않으면 일어날 수 없는 사람들을 향해 따스하고, 넉넉한 손길을 보내며 같이 걷기를 청하는 사이 우리 사회의 행복지수는 한결 높아질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상명대, 제25회 대한민국 반도체설계대전 'SK하이닉스상' 수상
  2. 충남대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1등급
  3. 생명종합사회복지관, 제15회 시가 익어가는 마을 'ON마을축제'
  4. 서구 소외계층 60가정에 밑반찬 봉사
  5. 샛별재가노인복지센터 생태로운 가을 나들이
  1. [날씨] 단풍 절정 앞두고 이번 주말 따뜻한 날씨 이어져
  2. 한국건강관리협회, 창립 60주년 6㎞ 걷기대회 개최
  3. 대전 노은지구대, 공동체 치안 위해 '찾아가는 간담회' 실시
  4. 찾아가는 마을돌봄서비스 ‘마음아 안녕’ 활동 공유회
  5. 외출제한 명령 위반하고 오토바이 훔친 비행청소년 소년원행

헤드라인 뉴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전에 집결한다. 대전시는 '2025년 중소기업융합대전'개최지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대회기를 이양받았다. 내년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융합대전'은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주관으로 중소기업인들 간 업종 경계를 넘어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분야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별 순회하는 화합 행사 성격도 띠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 한마음대회로 시작해 2014년 정부 행사로 격상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