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설 물가 안정을 위해 특별단속반을 운영한 결과 점검 특별 품목의 상승률이 0.8%에 불과해 안정세를 이룬 것으로 평가했다. 그렇지만 주부들의 체감물가는 이보다 훨씬 높았으며, 또렷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불확실성이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 이숙자 대전 주부교실 사무국장 |
풍요로움이 물질적인 양의 증가만을 뜻하지 않는데도 경제적인 여건이 악화되면서 사람들의 마음에 여유로움이 사라지고 있다. 자신에 대한 투자는 물론이고 다른 사람을 향한 배려도 줄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경제위기를 소비 생활 전반을 반성하고, 생활계획표를 다시 짜라는 경고는 아닌지 살펴볼 일이다. 경기가 안 좋으니 소비가 위축된다고 겁을 먹기 보다는, 그 동안 우리의 소비형태가 어땠는지 성찰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야만의 시장에서 살아 남기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제도가 아닌 사람들의 자기 반성과 성숙을 통한 변화된 마음을 통해서만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깊은 늪에 빠진 지금의 경제 상황은 소비가 또 다른 소비를 부르고, 욕망이 욕망을 낳는 ‘디드로 딜레마’ 속에 함몰되어 고장 난 제어등 처럼 습관적으로 일삼는 소비행위를 되돌아보라는 신호탄일 수 있다.
오래 전 친정어머니를 여의고 그 소회(所懷)를 담담하게 적은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가난하고 외롭게 생을 살다 간 어머니가 너무 가엽고, 황망해 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지 못하다가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끄집어낼 겸 유품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새삼 옷장 가득 들어찬, 입지 않은 옷과 찬장 서랍마다에 빼곡한 그릇들을 보면서 ‘풍요속의 빈곤’이라는 말을 실감했다는 글이 기억난다.
이제 우리는 절제된 생각없이 물품을 사들이고 소비하는 행위를 버리고,‘비움’을 통해 삶을 채울 수 있다는 사색을 해야 한다. 행복의 비결은 분수에 맞지 않은 것들에 대한 욕심을 버릴 줄 아는 자세에 있다. 그동안 입고 쓰고 먹는 일에만 힘을 기울였고 이를 위해 돈을 번다는 사고로부터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다. 덜 쓰고, 못 사는 것 때문에 괴로워하기 보다는 자발적 가난을 생활 속의 즐거움으로 녹아들어가게, 실천적 깨인 삶으로 변화시킴으로서 삶의 의미와 보람을 찾고 소외계층과 인간다운 삶을 살지 못하는 사람들과 더불어 숲을 가꾸는 배려의 싹을 틔우도록 해야 할 것이다.
‘디드로 딜레마’의 저자인 앨리슨 헤인즈는 시간과 돈, 행복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시간과 돈을 쓰는 데 균형감각을 갖추면 인생이 행복해진다고 말해준다. 돈을 잘 관리하면 가장 중요한 곳에 쓸 수 있고 기쁨은 몇 배가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데, 이를 우리 모두 마음에 새겨 자발적 가난으로 배려의 지갑을 열어보자. 배려와 나눔은 이음동의어이다. 아무리 각박한 경제 상황일지라도 나만 생각하는 지나친 자기 이익추구나 공익의 탈을 쓴 집단의 사익 추구에서 벗어나 ‘베품’의 미덕을 실천해보자. 이는 사람으로서 반드시 가져야 할 의무이자 최소한의 배려임을 명심하였음 한다.
자발적 가난으로 배려의 지갑을 여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지나치게 한가한 생각”이 매서운 겨울 바람을 견디어 낸 나무가 희망의 봄을 잉태하듯 우리 곁으로 다가오기를 기대해 본다. 혹독한 경제 한파를 슬기로움으로 이겨내려는 마음다짐과 함께 주저앉아 상대방이 손을 내밀지 않으면 일어날 수 없는 사람들을 향해 따스하고, 넉넉한 손길을 보내며 같이 걷기를 청하는 사이 우리 사회의 행복지수는 한결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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