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기피와 출산 기피가 현저해지고 있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라는 소설과 영화처럼 아슬아슬한 이중생활을 위해서가 아니라, 경제력이 낭만적 사랑과 결혼의 신화를 깨뜨린 셈이다. 실속 있고 편한 화려한 싱글에의 갈망이기보다 결혼해서 궁상떠느니 작은 여유를 선택하자는 쪽이다.
경제 주체들의 자금 동원력이 그만큼 나빠졌다. 그제(28일) 나온 통계청의 월간 인구동향에서 결혼 성수기인 작년 11월만 봐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혼인 건수가 19.6% 감소했다. 결혼 비용을 조달하는 혼주인 부모 세대의 소득 감소와 자산가치 하락, 젊은 세대의 취업난, 또 달라진 가치관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총알택시 비용에 비해 여관비가 쌀 것 같아 여관으로 직행하는 ‘결혼은 미친…’ 식 세태의 가벼움도 어느 정도는 작용했을 것이다.
이 같은 혼인율 저하가 출산율 하락과 잠재성장력 저하로 이어진다는 것은 사회적인 분석이다. 둘이 살면 고정비용 감소로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다든지 세탁기 하나를 사도 가격 대비 가치가 커진다든지 하는 가설을 모르는 바 아니다. 결혼하면 월평균 72만원이 데이트 비용이 절감되고, 절약되는 술값은 1억 정기예금 효과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결혼 그 자체가 부(富)를 창출하는 기관이라는 바버라 화이트헤드의 주장에 선뜻 동조할 수 없다.
죽을 때까지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사람이 한 번도 결혼하지 않은 사람보다 4배 더 부자다. 믿기 어렵지만 통계상의 결과다. 개인 차원에서는 잘만 하면 결혼은 이익이다. 독신자가 결혼한 상태의 행복감에 이르러면 연간 약 7000만원이 소득이 늘어나야 한다. 결혼의 행복감은 연간 1억원대의 가치라는 사회심리학의 입장도 있다.
주의할 점은 그러나 잘못된 결혼으로 인한 손실이 연간 1억원을 훨씬 상회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인간의 합리성을 전제로 하는, 더구나 바람직한 면보다 이기적인 면을 분석하는 경제학만으로 결혼을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결혼에는 돈으로 환산 못하는, 논설위원도 분석 안 되는 무언가가 있다. 미친 짓이냐 아니냐를 떠나, 결혼아, 넌 도대체 뭐냐? /최충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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