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밖]결혼은 미친 짓…?

  • 오피니언
  • 문화칼럼

[안과밖]결혼은 미친 짓…?

  • 승인 2009-11-26 10:07
  • 신문게재 2009-01-30 21면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가야 했는데 가지 못한 비겁함, 가고 싶었던 길을 가지 않은 죄책감, 이 행복에 겨워 보이는 사진들 뒤에 정말 가려져 있는 것은 바로 그런 쓸쓸함, 그런 뉘우침이 아닐까? 그것이 그녀가 굳이 자신과 나의 모습을 현실적으로는 백해무익하기만 한 사진이라는 형식으로 남겨두려 한 이유가 아닐까? (『결혼은 미친 짓이다』)


대전월드컵경기장 세 개 정도의 거리에 떨어져 있는 여자에 화살이 꽂혀 결혼을 결심하는 사람이 있다. 사시사철 살을 비벼대도 결혼만은 사절, 결혼하자고 보채지도 않는 쿨한 연애지상주의자도 있다. 결혼형 인간, 독신형 인간이 따로 있는 걸까? 그리고 독신형 인간은 언제까지 늘기만 할까?

결혼 기피와 출산 기피가 현저해지고 있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라는 소설과 영화처럼 아슬아슬한 이중생활을 위해서가 아니라, 경제력이 낭만적 사랑과 결혼의 신화를 깨뜨린 셈이다. 실속 있고 편한 화려한 싱글에의 갈망이기보다 결혼해서 궁상떠느니 작은 여유를 선택하자는 쪽이다.

경제 주체들의 자금 동원력이 그만큼 나빠졌다. 그제(28일) 나온 통계청의 월간 인구동향에서 결혼 성수기인 작년 11월만 봐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혼인 건수가 19.6% 감소했다. 결혼 비용을 조달하는 혼주인 부모 세대의 소득 감소와 자산가치 하락, 젊은 세대의 취업난, 또 달라진 가치관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총알택시 비용에 비해 여관비가 쌀 것 같아 여관으로 직행하는 ‘결혼은 미친…’ 식 세태의 가벼움도 어느 정도는 작용했을 것이다.

같은 날 나온, 미혼 남녀 86.7%가 맞벌이를 원한다는(상대 배우자의 희망 연봉은 남녀가 각각 2577만원과 3389만원 수준) 잡코리아의 자료도 유용하다. 결혼을 하더라도 손익을 따지는 경향이 뚜렷해진 징후다. 맞벌이가 늘면 이혼율이 는다는 통계는 거의 ‘역사적’인데, 한쪽이 돈을 못 벌면 참고 살 확률이 높으며 또 돈을 벌면 혼자 살 수도 있다는 얘기다. 25∼34세 여성의 미혼율이 절반을 훌쩍 넘어선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 같은 혼인율 저하가 출산율 하락과 잠재성장력 저하로 이어진다는 것은 사회적인 분석이다. 둘이 살면 고정비용 감소로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다든지 세탁기 하나를 사도 가격 대비 가치가 커진다든지 하는 가설을 모르는 바 아니다. 결혼하면 월평균 72만원이 데이트 비용이 절감되고, 절약되는 술값은 1억 정기예금 효과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결혼 그 자체가 부(富)를 창출하는 기관이라는 바버라 화이트헤드의 주장에 선뜻 동조할 수 없다.

죽을 때까지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사람이 한 번도 결혼하지 않은 사람보다 4배 더 부자다. 믿기 어렵지만 통계상의 결과다. 개인 차원에서는 잘만 하면 결혼은 이익이다. 독신자가 결혼한 상태의 행복감에 이르러면 연간 약 7000만원이 소득이 늘어나야 한다. 결혼의 행복감은 연간 1억원대의 가치라는 사회심리학의 입장도 있다.

주의할 점은 그러나 잘못된 결혼으로 인한 손실이 연간 1억원을 훨씬 상회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인간의 합리성을 전제로 하는, 더구나 바람직한 면보다 이기적인 면을 분석하는 경제학만으로 결혼을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결혼에는 돈으로 환산 못하는, 논설위원도 분석 안 되는 무언가가 있다. 미친 짓이냐 아니냐를 떠나, 결혼아, 넌 도대체 뭐냐? /최충식 논설위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3.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4.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5.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