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일]“나는 살만큼 살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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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일]“나는 살만큼 살아 괜찮아”

[특별기고]김동일 충남도의회 의원

  • 승인 2009-11-26 10:07
  • 신문게재 2009-01-30 20면
  • 김동일 충남도의회 의원김동일 충남도의회 의원
보령시 오천면 지천에 허연 돌덩리가 겨울 바람에 날린다.
오천면 마을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김 의원“나는 살만큼 살아 괜찮아!.... 혹시 우리 애들은 별 문제 없겠지...?”하면서 나의 손을 꽉 잡고 눈물이 글썽글썽한 모습으로 하소연 하던 어느 어르신의 모습은 아마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 김동일 충남도의회 의원
▲ 김동일 충남도의회 의원
지금쯤이면 여느 때 같이, 농촌에서는 농사일을 다 끝나고 마을회관 등에서 옹기종기 모여 윷놀이와 자식들 살아가는 이야기로 정담을 나누고 계실 텐데 올해는 세계 경기침체로 경제가 어렵다 하는데 충남은 석면 불안공포까지 겹쳐서인지 온통 만나는 분마다 얼굴이 갈섬석 같이 허여다.

지난 71부터 2006년까지 석면광산 총 광구면적 4531ha에서 33만 5000여t을충남 17개 석면탄광에서 채굴하여 전국 생산량 86%를 차지하고 있다. 그동안 잠재되 있건 석면의 재앙이 일순간에 주민들을 괴롭히고 있다.

특히, 석면 광산에 살았던 지역주민들은 혹시 너도 나도 피해자가 아닐까해 심리적인 불안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석면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지정한 1급 발암물질27개 중 1개이며. 0.01㎜의 미세먼지 형태로 공중에 떠다니다 사람의 호흡기를 통해 들어가면 빠져나가지 않고 흡착해 있다가 10∼30년의 잠복기를 거친 뒤 폐암이나 악성중피종 같은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킨다고 한다. 바로 석면의 이런 특성 때문에 현지 주민들의 불안감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이번에 폐질환 환자가 발견된 보령, 홍성, 청양지역에 있는 석면광산은 1937년 중일 전쟁을 전후로 군수물자 조달을 위해 본격적인 석면광산을 개발해서 1980년대까지도 운영됐다.

인근 지역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땅한 일자리가 없었기 때문에 대부분 석면광산에서 일했다. 매일 석면광산의 희뿌연 가루를 마셔가며 일해서 번돈으로 자식 공부도 시켰고 생계도 꾸렸다.

한때는 석면광산 때문에 먹고 산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잘 운영되었지만 석면의 피해에 대한 교육은커녕 어떤 사람들은 마스크도 없이 일했다고 한다. 목이 메케할 때 유일하게 했던 치료방법이 있었다면 고작해야 돼지고기에다 막걸리를 먹는 것이었다고 한다.

석면광산에서 일했던 분들은 지금 대부분 고령자다.
이 분들의 일생은 대부분 자식과 국가를 위해 한 평생을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날 우리가 이렇게 살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 분들의 헌신적인 자기희생과 노력 덕분이다.

이 분들이 지금 석면 피해 대상자라는 위험에 처해 있으면서도 이들은 자기 자신보다 자식의 건강을 먼저 챙기고 있는 것을 보면서 나 자신도 모르게 어느새 가슴이 뭉클해진다.

이 분들이 지금 큰 것을 바라는 것도 아니다. 그저 내 가족이 아무 피해 없이 건강하기만 바랄 뿐이다. 그리고 조금 욕심이 있다면 석면이 그렇게 나쁜 것이라면 오염된 지역을 하루빨리 원상회복 시켜 주고 석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진료하여 시급히 치료하고 합당한 보상을 해 주기만을 바라고 있을 뿐이다.

정부와 지자체에서도 이분들의 이런 사정을 감안하여 시급한 후속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정부에서도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주민들은 정부대책이 너무 안이하고 포괄적이라면서 신뢰를 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지금 정부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지역 주민들에게 확고한 믿음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피해 대상자들을 위해 추진할 구체적이고 명확한 추진계획을 소상히 알려야 할 것이다. 그래서 지금 주민들 간 퍼져있는 막연한 심리적 불안감부터 걷어내야 한다.

첫째, 사태의 심각성과 도민 건강의 중요성을 감안 전담기구 설치가 절실하다
둘째, 석면피해 구제 특별법 제정을 통한 피해주민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체계적인 복구 작업을 해야 한다. 주민들의 건강은 물론 수질과 토양, 공기, 생태복원에 최선을 다해야한다.

셋째,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석면 위험성을 주민들에게 홍보와 예방을 위한 시스템을 갖추고 이땅에 석면으로 인한 잠재적 석면 재앙이 사라질 수 있도록 정부 당국이 대체 산업육성에 적극 나서야한다. 이땅과 자연은 우리의 것이 아니라 후손에게 물려줄 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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