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륵사, 무왕 아닌 무령왕이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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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사, 무왕 아닌 무령왕이 지었다

‘서동설화’ 주인공도 무령왕... 사재동 교수 주장

  • 승인 2009-11-26 10:07
  • 신문게재 2009-01-29 1면
  • 임연희 기자임연희 기자
백제 최대 규모의 사찰인 미륵사 창건주가 백제 무왕이 아니라 무령왕이며 ‘서동설화’의 주인공 역시 무령왕이라는 주장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20일 문화재청은 익산 미륵사지 석탑에서 사찰 및 석탑 창건 내력을 담은 금판(金版)과 사리장엄구 등 다수의 유물이 발견되었으며 미륵사는 백제귀족의 딸인 무왕의 왕후가 639년에 지은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로써 백제왕자 서동과 신라 선화공주의 국경을 초월한 사랑이야기는 하루아침에 허구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사재동 충남대 명예교수(백제불교문화대학장)가 28일 문화재청과 충남도 등 관련기관에 ‘미륵사지 석탑 출토 사리봉안기 기해년(己亥年)의 의미’라는 논문을 보내고 미륵사 창건연대와 서동설화에 대한 재고찰을 요구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사 교수는 “사리봉안기에 나오는 기해년(己亥年)은 무왕 40년인 639년이 아니라 이보다 120년 앞선 무령왕 18년인 519년”이라며 “삼국유사 ‘무왕’조에 미륵사 창건전설과 서동설화가 기록되어 있어 ‘무왕 창건설’ 중심으로 기해년을 해석하다보니 639년으로 단정 짓는 오류를 범했다”고 지적했다.

사 교수가 ‘무령왕 창건설’을 주장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첫째 삼국유사 ‘무왕’조의 무왕(武王)이 고본(古本)에는 ‘武康王’으로 기록되어 있던 것을 일부 학자들이 백제에는 무강왕이 없다고 판단해 무왕으로 바꿔버렸는데 무강왕은 무령왕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또 국력과 재정이 어려운 무왕 대에 백제가람사에서 전무후무한 대규모 국찰(國刹)을 지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 사재동 충남대 명예교수
▲ 사재동 충남대 명예교수
사 교수는 “무왕은 신라와의 잦은 싸움과 음주가무에 빠져 국정을 돌보지 않고 국력과 재정을 탕진해 부왕이 창건하기 시작한 왕흥사를 35년 만에 겨우 완성했을 정도였는데 거대 규모의 사찰을 짓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무령왕 창건설의 세 번째 이유로 사 교수는 백제불교문화사의 흐름을 들었는데 백제의 불교문화사는 국력과 비례해 무령왕 대에 가장 번성하다가 무왕 대에는 쇠퇴일로를 밟았다는 것이다.

“왕과 왕후의 신심(信心)이 불사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게 원칙으로 무령왕과 왕후의 신심이 무왕 부부에 비해 월등했다”는 그는 “삼국사기를 봐도 무령왕은 인자 관후하고 백성을 귀하게 여기는 보살상을 연상케 그려진 반면 무왕은 무인다운 기색은 있으나 자비 신심의 면모는 없게 나온다”고 말했다.

‘서동요 허구론’에 대해서도 사 교수는 “신라와 격렬히 싸우던 무왕 대에는 신라와의 국혼은 어림도 없는 이야기지만 무령왕은 왕자시절부터 줄곧 신라와 화친해 국혼의 통로가 열려 있었으며 실제로 동성왕 15년 나제국혼 사실이 있었으니 서동왕자와 선화공주의 결연담이 서동요와 결부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서동설화의 주인공이 무왕이 아니라 무령왕이라는 사 교수의 이런 주장은 지난 1971년 ‘서동설화 연구’라는 논문을 통해 처음 알려졌으며 2006년 출간한 ‘백제 무령대왕과 불교문화사’에서는 무령왕의 행적과 불교문화사적 고찰, 서동요의 문학적 실상, 미륵사의 창건연대와 창건주 등을 밝히고 있다.

“미륵사는 백제문화의 정수일 뿐 아니라 최고의 불교문화재인데 공청회도, 전문가 자문도 없이 창건연대를 639년으로 단정해버린 것은 큰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인 그는 “문화재청 등 관련기관은 지금이라도 다양한 학자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공청회를 열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임연희 기자 lyh3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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