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도 국립 과학고등학교가 설립되어서 각 중학교에서 전체 성적이 2% 이내에 들어가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생을 모집 했다.
▲ 도한호 침례신학대학교 총장 |
학부모들은 자녀를 과학고등학교에 보내는 것 자체로서 이미 성취감을 가지고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그런데, 개교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 대통령이 시·도를 순시하는 과정에 과학고등학교에 대한 브리핑을 들으면서, 영재 교육이라 할지라도 학교의 운영과 교육비를 전적으로 국가에 의존하지 말고 도립으로 설립하고 학자금도 일정액을 학부모들이 부담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그 후, 이 학교는 바로 국립에서 도립으로 전환되었고, 기대했던 것만큼 국고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아 시설 개선, 교직원의 대우, 운영비 등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좋은 교육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의 어려움과 경제적 부담은 누구나 각오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학교는 국가적 차원에서의 정책이 부족해보였고 모집된 학생들에 대한 진로 지도계획마저 불투명했다.
시·도 교육청과 국가 간의 조율에 이상이 생겨 출발할 때 의도했던 계획의 상당부분이 취소되거나 변경된 것 같이 보였다. 결국 학생들은 일반대학으로의 진학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학부형의 입장에서 볼 때, 과학고등학교는, 본래의 목적에서 일탈해서 입시학원으로 전환되어버린 느낌이었다.
독자들을 더욱 놀라게 한 것은, 금년 1월 16일을 전후로 몇 일간신문 1면에, 서울대 수시합격에 대전과학고등학교가 최다 10명의 합격생을 배출했다는 기사가 자랑스럽게 보도된 사실이다.
영재들을 모았으니 그 정도 합격생을 배출한 것은 자랑할 것도 못되는 일일 것이다.
정작 여기서 독자들을 당혹하게 만드는 것은, 뛰어난 과학 영재를 모집하고 훌륭한 선생님들을 모셔다가 다른 대학 입시준비나 시키려면 애초에 입시학원을 세울 일이지 왜 학교를 세웠는가 하는 안타까움과 허탈감이다. 이런 영재교육을 원하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교육은 백년지계(百年之計)
국가에서 주요 정책을 세워놓고 시도(시험)도 해보기 전에 변경하고 유기해버리는 이 같은 일이 다시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더구나 그것이 교육에 관한 것이라면 교육을 위해 평생을 바친 교육자들과 노련한 행정가들의 손에 맡겨져야 하는 것이지 정권을 쥔 이들의 말 한 마디에 좌지우지 되도록 허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스라엘과 미국을 비롯한 다른 여러 나라들이 이미 오래 전에 국가적으로 또는 지방자치단체들이 독립적으로 영재 교육에 대한 백년지계를 세우고 체계적 교육을 베풀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스라엘의 영재교육은 학생의 자질에 따라 전담 지도교사를 배정해서 그들이 대학과 상위 학위과정과 그 이후의 사역(使役) 까지 지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2000년부터 2002까지 영재교육진흥법을 입법한 데 이어 2003년부터는 영재교육진흥종합계획을 수립하기 시작해서 2007년에 1차 계획을 종료했다고 한다.
이 계획이 성공적으로 추진되어서 후기 산업사회를 이끌어 갈 인재 양육의 첩경을 개척하기 바란다.
단순히 학업 성적이 우수하다거나 지능지수가 높다는 조건으로 학생을 선발하지 말고 창의성과 인내심과 심성 등을 검증해서 학생을 선발해야 할 것이며, 선발한 학생에 대해서는 학문과 그 학문을 실현하 데까지 책임지도를 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여러 가지 상황을 미루어 볼 때 대전 충남에 또 다른 영재학교를 설립한다는 발상은 옥상옥(屋上屋)을 만드는 꼴이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이미 지상을 통해 거론된 바, 기존의 과학고등학교도 권위 있는 연구기관이나 KAIST 등 교육과 실제적 연구를 겸하고 있는 기관의 부설 학교로 설립 운영 하는 것이 교육과 진로개척 양면에서 보다 효율적일 것이라고 생각된다. 백년지계를 세워 신중하게 검토할 것을 기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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