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서른이란 나이는 사회로 나가는 희망찬 첫 걸음마를 상징하는 시점으로 통용됐지만 최근에는 서른이란 나이는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사상 최악의 경기불황과 취업난으로 서른을 맞는 젊은이들의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설 연휴 마지막날인 27일 오후 유성구 궁동의 한 호프집에 서른을 맞는 대학 동창생 4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김홍근씨는 지난해 6월 결혼에 골인, 모인 이들 중에 가장 먼저 ‘유부남’이 됐다.
2007년 졸업과 동시에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취업한 김씨에게 타 친구들은 취업과 결혼이라는 인생의 중요 화두를 동시에 달성한 선망의 대상자이기도 하다.
오는 5월에 아빠가 되는 김씨에게도 남다른 고민은 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경제난 속에 대기업도 어렵기는 매한가지라는 것.
특히 김씨는 “아이가 생기면 당장 자동차부터 마련해야 하고 아이 진로를 위해 투자해야 할 돈이 많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김씨의 옆에 있는 친구 김길수(가명)씨는 모 농약회사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하고 있다.
대학교 때 특별한 토익점수나 자격증이 없었지만 대학 내내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비를 댄 성실성과 특유의 언변이 지금의 회사에서 근무할 수 있게 만들었다.
요즘 김씨의 고민은 회사에서 지난해 말부터 전국 영업사원의 실적을 공개한다는 것.
경기불황과 FTA 등으로 힘들어지는 농촌현실에서 농약회사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김씨의 영업실적은 입사 후 줄곧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김씨는 “경제난과 실적위주의 회사 경영방침이 맞물려 하루하루가 힘든 상황”이라며 “명절이라 해도 푹 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푸념을 늘어놓았다. 이들 옆에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A씨가 이들의 고민을 웃어넘기고 있었다.
A씨는 “솔직히 지금 이 자리에 오고 싶지 않았지만 집에 있으면 더 답답할 것 같고, 사회생활하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나왔다”며 “서른이라는 나이가 자신에겐 한숨 이외에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말했다.
밝은 미래상을 그리며 서른을 맞는 이도 있었다. 지난해 가을 국가직 7급 공채에 합격, 올봄이면 당당히 국가공무원이 되는 장주태씨다.
장 씨는 “지난 시간은 앞으로 무엇을 해야겠다는 하나의 목표점만을 갖고 무작정 달려왔던 시기라면, 서른 이후의 삶은 인생에 대한 진지한 고찰과 국가공무원으로서 행정업무를 앞장서 추진하고 변화시키는 능동적인 앞날이 될 것”이라고 미래 청사진을 그렸다.
이날 서른을 맞은 이들에게 유일한 공감대가 형성된 건 호프집에서 흘러나온 김광석의 ‘서른즈음에’의 익숙한 멜로디 그 하나였다. /김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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