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가 설 연휴기간 벌어진 맞대결에서 현대에 승리하면서, 역전 우승의 불씨를 지폈기 때문이다.
약10일간의 꿀맛같은 휴식을 끝낸 양팀은 설 연휴를 즈음해 시작된 4라운드 첫 두 경기를 비교적 무난히 치루고, 지난 26일 숙명의 맞대결을 펼쳤다.
현대는 이 경기 전 비교적 약체인 KEPCO45(3:0)와 신협상무(3:0)를 가볍게 꺾은 상태에서 경기에 임했다.
다만 팀내 좌우 쌍포 앤더슨과 박철우가 컨디션 난조에 빠지면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반면 삼성은 2위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LIG손해보험(3:0) 및 대한항공(3:1)과 맞붙었고, 예상외로 손쉬운 승리를 얻어냈다.
3라운드 막판 신협상무와 현대캐피탈에 충격패를 당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안젤코는 막강 화력을 또 다시 뿜어냈고, 센터진 고희진과 신선호의 꾸준한 활약 속에 석진욱이 부상 투혼을 보이며 팀 전력에 큰 힘을 보탰다.
이 같은 상황은 양팀간 맞대결에서 고스란히 반영됐다.
삼성은 지난 26일 서울 올림픽 제2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와의 4라운드 첫 대결에서 3:1(25:21, 25:22, 23:25, 25:19)의 기분좋은 승리를 거뒀다.
이날 경기는 양팀 거포간 대결과 범실, 가로막기에서 승부가 갈렸다.
삼성의 안젤코가 33득점의 맹위를 떨친 반면, 지난 3라운드 맞대결에서 26득점을 뿜어냈던 박철우는 17득점에 그쳤다.
현대는 범실수에서도 삼성보다 무려 9개나 많았고, 그간 우위를 보였던 가로막기 득점에서도 2개 많은데 만족해야했다. 이로써 1위 현대와 2위 삼성과의 격차는 단 두게임 차.
우승경쟁이 볼만해진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양팀의 현재 전력을 감안하면, 남은 17경기에서 이변이 없는 한 나머지 4개팀에 14승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될 경우, 결국 정규리그 우승 향배는 삼성과 현대의 남은 3연전에 달려있게 된다.
이중 한 경기라도 현대가 잡으면 챔피언결정전 직행이 확정되는 만큼, 여전히 현대에게 유리한 것만은 사실이다. 하지만 삼성이 현재의 기세를 몰아 3연전을 내리 이길 경우, 챔피언결정전 직행은 삼성에게 돌아간다.
삼성 신치용 감독의 고민이 깊어진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체력안배와 선수 컨디션 조절에 신경쓰며 3위까지 주어지는 플레이오프를 거친 후 챔피언 결정전으로 직행할 것인지, 정규리그 올인을 통한 직행버스를 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다.
실제로 신치용 감독은 지난 27일 경기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이번 경기에서 졌을 경우 정규리그 우승을 깨끗이 포기하려고 했지만, 이겨서 향후 팀 운영에 더욱 고민이 많아질 것 같다”라고 말해 이 같은 고민을 여실히 드러냈다.
올 시즌 양 팀간 맞대결을 지켜보는 배구팬들이 더욱 즐거워진 이유이기도 하다./이희택 기자 nature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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