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작가의 작품 세계는 인간의 본질과 자연, 생명을 찾고자 하는 표출로 요약된다.
인간성이 결여된 사회구조, 불안과 혼돈의 현대 세계에서 예술은 더 회의적이고 추상적인 성격을 띠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김 작가는 지난 1982년 제2회 개인전 이후, 작업이 무의식적인 순수한 자연상태 그대로를 표현하고 있다.
프로이트가 지적하듯이 자유연상과 자동기술에 의해 지금까지의 심미적, 윤리적 선입관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그의 화면은 일차적으로 완전히 독립된 하나의 색면공간으로 표현된다.
그리고 그 공간이 드리핑과 점표, 필획에 의한 색점으로 진동하면서 통일된 모노크롬의 단색면속에서 숨을 쉬고 있는 것이다.
색면 공간은 그 자체가 형태는 없으나 우주 속에 내재하는 자연의 비밀로 표현되고 있다. 스스로 밖에는 표상하지 않는 그 이미지는 또 다른 잠재된 이미지들을 그 속에 내포하고 있다.
그것이 때로는 기하학적, 운동감이 있는 패턴의 형태, 또는 색띠로 얼룩이나 재빠른 필촉을 통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김 작가는 인간과 자연의 백과사전을 회문자인 점, 선, 필획으로 색면 위에 띄어 놓고 있다.
회문자를 글 쓰듯이 반복적이고 무의미하게 벌려놓는 행위는 별이 총총한 우주의 하늘공간을 연상케 한다.
그야말로 자연세계를 표상하는 것이다.
이 조형언어는 회화적 감성을 불러 일으켜 예술로 성립되고 있다.
김 작가는 “거의 해독할 수 없는 글자들의 파형, 미감과 색채의 단일화, 모필의 흔적 등은 복잡한 현대문명 속에서 통일성과 합리성을 요구하는 지구촌 인류의 언어이며 메시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영록 기자 idolnamba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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