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 서러운 이들의 새로운 희망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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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 서러운 이들의 새로운 희망찾기

  • 승인 2009-11-26 10:07
  • 신문게재 2009-01-23 23면
  • 김경욱 기자김경욱 기자
민족 대 명절인 설이 다가왔지만 이런 때일수록 더욱 착잡한 이들이 있다. 병원에서 투병중이거나 고향을 이북에 두고 와서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돌아오는 명절은 지금과는 분명히 다를 것이라는 희망의 싹을 키워가고 있기에 올해 설이 그리 춥지만은 않게 다가오고 있다.

22일 충남대병원 소아병동에서 만난 김지민(가명·6)군은 3년째 백혈병으로 투병 중이다. 유치원에 들어가 또래들과 뛰놀아야 할 나이지만 김군의 친구는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 선생님들이다.

김군은 올해 설도 이들과 함께 어김없이 병실에서 명절을 보내야 한다. 힘든 투병으로 괴로울 법도 하지만 김군은 해맑게 웃으며 병실 사람들과 연방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무엇이 되고 싶으냐는 말에 선뜻 “의사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김군은 “빡빡머리가 자라는 내년엔 학교에 가 열심히 공부할 것”이라며 기자수첩에 자신이 배운 ‘아빠’,‘엄마’ 등의 글씨를 자랑스럽게 써 보였다.

한 순간의 실수로 20년째 대전교도소에 수용돼 있는 A씨도 여느 해처럼 찬 감옥에서 설을 보내야 하지만 기능사 자격증을 비롯, 10여개의 자격증을 취득하며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다.

교도소 직원들의 적극적인 관심 속에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앞서는 등 교도소 내에서도 일등 모범수인 A씨는 그 누구보다도 손꼽아 가족과 함께 할 다음 명절을 기다리고 있다.

올해로 고향 땅을 떠난지 58년째인 실향민 신호준(70)씨에게 올 설은 갈수록 경색되는 남북관계로 인해 어느 해보다 차갑게 느껴진다.

“한국전쟁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와 동생들과 남쪽으로 내려왔다”는 신씨는 “12살 때까지의 기억이라 생생하지는 않지만 언제나 그리운 곳이 고향 아니겠느냐?”라며 고향 땅에 대한 그리움을 내비쳤다.

하지만 신씨도 “내년엔 한국전쟁이 일어난 지 60년을 맞고, 남북관계에도 색다른 변화가 올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은행동 A경찰학원에서 만난 박모(29)씨도 이번 설엔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고향 땅을 찾는다.

대학 졸업 후 3년간 경찰시험을 준비했지만 아직 그의 신분은 ‘경찰시험 준비 수험생’이기 때문이다.

박씨는 “한국나이로 올해 서른 살인데도 부모님의 용돈을 받아 써야 하는 상황이라 부모님과 친척들에게 면목이 서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박씨도 “3월에 있을 경찰시험엔 당당히 합격할 것”이라며 “다음 명절엔 가벼운 마음으로 고향 가는 버스를 탈 것”이라고 굳은 의지를 밝혔다./김경욱 기자 dearw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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