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사)한국공공행정연구원 원장 |
그런데, 요즘 시간이 흐를수록 지방공무원들의 기(氣)가 너무 죽어있어 걱정이 된다. 물론 그동안 대리인의 신분을 망각한 채 권력자적인 행태를 보였던 일부공직자들에 대한 지역사회구성원들의 지탄이 원인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공직자들은 공복으로서 지역혁신과 변화의 주역으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인사행정 전공학자들의 연구결과를 보면 공무원들의 바른 기(氣)와 업무 성취도간에는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고 한다. 필자도 정말 지방이 발전하고 창의.효율적인 행정이 되기 위해서는 공무원이 변해야 하고 바른 기(氣)가 충만해야 한다고 본다.
따라서 요즘 필자는 지인들에게 “공무원바른기(氣)살리기 운동”을 제안 하고 있다. 필자가 이런 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한 것은 충청남도에서 지난해부터 본격 시행하고 있는 Semi-CEO制(실국장책임경영제)의 영향이 크다.
Semi-CEO制란 “조직에서 각 부서의 구성원들이 급변하는 환경변화에 능동적이고 신속한 대응력을 높여 문제해결능력을 강화시키기 위하여 일정한 직위의 구성원에게 적절한 권한과 기능을 부여하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는 관리 시스템”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충남에서는 이 제도의 성공을 위해 지난해 지역학자들에 의뢰하여 이 제도의 철학적.이론적 배경을 정립하였으며 지속적으로 최상의 평가를 위해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또한 연초에는 실.국장들로 하여금 그 해의 업무목표를 도민과 기자들에게 브리핑하고 연말에는 평가결과를 바탕으로 공과(功過)에 따라 차등인사를 하고 있다.
비록 시행기간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전국적인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아마도 이 제도 도입자체가 정략적인 것이 아니라 실사구시정신에 입각해서 제 기능을 다하는 공공행정을 정립하자는 순수한 의도에서 출발했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가 그동안 이 제도의 거의 모든 과정에 참여하며 느낀 것은 이 제도가 권한위임과 신뢰행정에 바탕을 둔 “공무원바른기(氣)살리기운동”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 제도가 충남에서 처음 시작된 것은 아니다. 1998년 8월 서울특별시가 실.국별책임경영제를 도입한 이래 인천광역시, 대전광역시, 경기도 등에서 유사한 제도로 도입되었으나 모두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그 원인은 이 제도에 대한 철학적?이론적 배경이 부족한 채 자치단체장의 의욕에 의해 도입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충청남도에서 시행하고 있는 Semi-CEO制 또한 타 지역의 전철을 밟지 말라는 법이 없다. 따라서 이 제도가 지속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도입당시의 순수성과 취지를 잃지 말아야 하며, 이 제도의 핵심인 과감한 권한위임과 책임요구 그리고 신뢰행정이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자고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다. 신명이 나야 일할 맛이 난다. 이제 지역발전을 위한 “공무원바른기(氣)살이기운동”이 시작되어야 한다. 부패한 공직자에겐 과감한 메스(mes)가 필요하지만 열심히 일하는 공직자에겐 힘찬 격려와 박수를 보내는 미덕이 필요한 시기이다.
공무원여러분! 당신들은 이 지역 최고의 엘리트들입니다. 바른 자신감을 가지고 기충천(氣衝天)하여 올 한해 많은 성과가 있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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