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동안 내동에서 미용실을 운영해돈 김 모(42)씨는 하루 종일 손님 구경하기가 힘들다. 어쩌다 중, 고등학생들이 앞머리를 자르는 것을 빼면 그나마 돈이 되는 손님은 일주일에 두서명 뿐이다. 2만원도 안되는 파마 품목을 내걸었지만 손님은 늘 그대로다.
오류동에서 동네 슈퍼를 운영해온 이 모(50)씨는 아예 업종 변환을 심각하게 고민중이다. 담배를 찾는 손님 열댓명에다 어쩌다 동네 꼬마들이 푼돈으로 사가는 과자 판매로는 가게 유지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 씨는 차라리 최근 들어 손님이 몰리는 복권방으로 전환이 어떨지 심각하게 고민중이다.
계속되는 경기 침체로 지역 소상인들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지면서 씀씀이를 줄이고 있는 데다 각 영업들이 프랜차이즈나 대형화 추세를 타면서 개인 상인들이 버틸수 있는 한계선에 다달았다는 푸념도 들린다.
5년째 대전시 은행동 지하상가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유 모(30)씨는 “옷 구경이라도 하러 들어오는 손님은 하루에 손을 꼽는다”면서 “얼마전에는 하도 답답해서 점을 보러 가기도 했다”고 말한다. 유씨는 “이렇게 해서는 가게 세도 내지 못할 것 같다”며 “주변에서는 IMF보다 더 하다고 말하는 주인도 있다”고 말했다.
설을 일주일도 남기지 않았지만 재래 시장의 모습역시 한산하다.
주변에서 반찬거리를 사가는 일부 손님을 제외하면 좌판에 앉아 멍하니 앉아 있는 상인들이 대다수. 최근 대형 유통업체들이 저가의 제수 용품을 대거 내 놓으면서 그나마 가격 경쟁력도 사라지고 있어 설 대목을 앞둔 대목 풍경은 찾기 힘들다.
계속되는 불황으로 덤으로 몇개 더 얹어 주거나, 어느정도 가격 흥정을 하는 모습도 없다.
“모두들 너무 어려워서 화가 나 있는지, 정을 느낄수 있는 여유도 찾기 힘들다”고 말하는 중앙시장 생선가게 주인 강 모(61)씨는 “설 대목은 커녕 썰렁할 뿐”이라고 말했다. /오희룡 기자 hu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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