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온‘맨발의 기봉이’새해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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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온‘맨발의 기봉이’새해 소망

  • 승인 2009-11-26 10:07
  • 신문게재 2009-01-20 7면
  • 임연희 기자임연희 기자
“우리 엄마 건강하게 오래 사시고 기봉이 공부 잘하게 해 주세요.”

지난 6일 서산시 고북면 정자리 고향으로 돌아온 영화 ‘맨발의 기봉이’의 실제 주인공 엄기봉(46)씨의 새해 소망은 다시 만난 어머니와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집 근처인 고북초등학교로 전학해 새 학기가 되면 3학년에 올라가는 기봉 씨는 “아직 이름밖에 못 쓰지만 열심히 공부해서 책도 읽고 중학교에도 진학할 것”이라며 기자의 명함 뒷면에 자신의 이름을 정성껏 써보였다.

고향에 온 이후에도 달리기를 계속하고 있다는 그는 “고북에서 해미까지 하루 2시간씩 뛰고 있다”면서 “엄마 생각을 하면서 달리는데 3월에 열리는 장애인마라톤대회에서 꼭 우승해 엄마를 기쁘게 해드리고 싶다”고 희망을 이야기했다.

귀가 어두워 소리를 잘 듣지 못하는 데다 치매 증세까지 보이는 어머니 김동순(82)씨의 식사를 챙기고 설거지와 빨래, 청소까지도 도맡아하는 기봉 씨는 장날이면 어머니 손을 잡고 5일장에 다니는 등 특유의 밝은 얼굴로 고향 생활에 적응하고 있다.

이웃 주민들의 도움으로 노인요양보험 서비스를 받게 돼 어머니 걱정을 덜었다는 그는 “동네 사람들이 엄마를 잘 돌봐줘서 너무 고맙다”면서 “고마움을 갚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며 웃었다.

달력 뒷면에 볼펜을 꾹꾹 눌러가며 자신의 이름을 한 글자씩 거듭 써 내려가면서 공부가 정말 재미있다고 즐거워하는 기봉 씨는 빨리 방학이 끝나 학교에 가고 싶다고 했다.

웬만한 목소리로 이야기해서는 의사소통이 안 될 정도로 소리를 잘 듣지 못하고 발음도 부정확한 어머니 김 씨와 쉴 새 없이 대화하면서 박수까지 쳐가며 웃던 기봉 씨는 어머니에게 자신이 집에 돌아오니 좋은지를 묻는다.

이에 대해 어머니 김 씨는 “혼자 살 때는 정말이지 막막했는데 기봉이가 돌아오니까 마음이 놓인다”면서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기봉 씨가 강원도에 있는 사이 어머니 김 씨의 건강을 보살펴 주던 이웃 주민 이용성 씨는 “모자가 다시 만나 하루 종일 웃으며 이야기하는 소리를 들으니 흐뭇하다”면서 “비록 불편한 몸과 가난한 살림이지만 전처럼 모자가 다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주변에서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한편 “영화 ‘맨발의 기봉이’에 나오는 기봉이는 나보다 훨씬 키가 크기 때문에 내가 아닌 것 같다”는 기봉 씨는 “다음에는 내가 직접 영화를 찍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임연희 기자 lyh3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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