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옥 한국한의학연구원장 |
한반도는 역사 이래 수많은 외침을 당했지만 온 겨레가 힘을 모아 오늘날 세계 10위권의 과학기술 강국으로 우뚝 솟았다. 이는 선조들의 지혜와 끊임없는 도전, 그리고 과학기술의 승리다.
과학기술 전쟁의 전리품은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가 석권하고 있는 반도체나 LCD산업이 대표적이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가 첨단석유정제 기술로 최고의 순익을 올리는 것도 과학기술 덕분이다.
우리나라 전통 과학기술 분야 가운데 오늘날까지 가장 잘 계승되고 있는 것이 한의학이다. 한의학은 민족의 기원과 함께 오늘에 이르고 있는 과학기술이다. 한의학은 ‘세계 최고’를 구가한 기억도 간직하고 있다. 동양최고 의서로 손꼽히는 ‘동의보감’이나 최대 의학백과사전인 ‘의방유취’는 그 시대 최고의 과학기술이었다.
한의약의 유효성과 안전성은 수 천 년 동안 임상에서 이미 검증됐다. 한약 먹고 죽었다는 사람은 없다.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많은 의약품 가운데 상당수가 전통과학의 체계 내에 있다는 사실도 한의약의 안전성을 증명한다. 고등식물에서 분리되어 현대의학에 쓰이는 120여종 가운데 75%가 전통과학의 체계 내에서 이미 그 효용이 알려진 것이라는 보고도 있다.
오늘날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복용하는 아스피린은 버드나무 껍질에서 유래한 치료제이다. 이는 이집트의 파피루스에서도 찾아볼 수 있고, 동의보감에도 치통이나 외상에 진통제로 사용된 기록이 있다.
이처럼 한의학은 과학적이고, 준비된 학문이다. 하지만 한의학은 일제강점기에 잔행된 한의학 말살 정책 이후 길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왔다.
한의학은 정부가 투자를 집중해주면 세계 각국이 눈독 들이고 있는 생명공학 시장을 손쉽게 선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예를 들면 WHO(세계보건기구)는 이미 김치를 암을 예방할 수 있는 음식으로 인정했다.
한방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비전 치료술이나 비방, 민간요법 등을 의약계나 과학자들이 집중 연구를 하여 신 물질, 신 치료기술로 포장된 성과물을 낸다면 현재의 양약시장에 버금가는 품목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약물과 치료술이 과학적으로 입증이 되어 양약에 비해 우수성이 검증되고 서양의학에서 아직도 치료율이 낮은 분야를 집중 개발한다면 고부가가치, 신성장 동력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우리나라의 발달된 IT(정보기술)와의 융합기술개발도 해볼 만하다. 굴뚝 없이 생산과 유통, 서비스 등 1, 2, 3차 산업이 두루 참여할 수 고부가가치 산업구조도 장점이다.
전 세계 전통의학시장은 2000억 달러로 추산된다. 이 시장을 중국이 50% 이상을 차지하고, 한의사도 없는 독일이 25%정도, 일본이 15%로 3등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3% 수준이다.
만약 우리나라가 3%의 점유율을 10%로 높일 수 있다면 어떨까. 현재 우리나라 경제를 떠받들고 있는 자동차나 IT산업에 버금가는 산업으로 부상할 수 있을 수 있지 않을까. 기축년 새해에 한의학 산업이 국가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잡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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