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플래카드가 주민들의 눈길을 잡았다.
가로세로 2m, 1m가량의 크기의 플래카드에는 ‘유사휘발유 주입금지, 적발 시 고발 조치’라는 문구가 선명했다.
지하주차장 5~6곳에 이를 붙여 놔 주민들의 눈에 잘 띄게 해 놓았다.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얼마 전 인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가 난 뒤로 회의를 거쳐 지하주차장 내에 이런 플래카드를 걸게 됐다”며 “유사휘발유 주입 시 약간의 스파크만 발생해도 불이 나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지하 주차장 내에서 혹시 있을지 모를 유사휘발유 주입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제작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 서구 복수동 모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유사석유 주입금지, 적발시 고발’이라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어 주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
이처럼 경제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서민들 사이에 유사석유 사용이 만연돼 있으며 화재의 위험성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지난해 중순 ℓ당 2000원 선에 육박하던 유가가 1200~1300원대로 안정됐음에도 충남 지역에서 유사 석유를 제조하거나 이를 사용하는 서민들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실제 충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유사석유를 제조하거나 사용해 경찰에 적발된 사례는 모두 150건, 217명에 달했다.
2007년에도 150건, 233명, 2006년엔 201건 258명 등으로 최근 3년간 한 달 평균 13.6건 사건이 발생하고 20명가량이 이와 관련해 법의 심판을 받은 셈이다.
지난해 7월 초께에는 계룡시 두마면 야산에서 유류 저장탱크 5개를 설치, 유사휘발유 무려 1300만ℓ 120억원 상당을 제조 판매한 기업형 형태의 판매조직 A씨(43) 등 5명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지난달 10일에는 서구 갈마동에서 유사휘발유 17ℓ짜리 4700여 통을 판매 7000여 만원을 가로챈 B씨(37) 등 3명이 적발됐으며 종종 일선 주유소에서도 유사 석유를 팔다가 적발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유사 석유 취급 시 화재가 발생하기도 한다.
지난해 11월 동구 가양동 주택가에 마련된 유사휘발유 제조 작업장에서 펌프를 이용해 휘발유를 용기에 옮겨 담던 중 부주의로 불이나 내부 131㎡를 태운 뒤 2400여 만원의 재산피해를 내기도 했다.
유사석유를 주입하면 엔진에 달려 있는 매연 절감장치 및 고압연료 펌프 손상으로 차량 수명이 단축되거나 주행 중 갑자기 시동이 꺼져 추돌사고의 위험도 있다.
경유사용 차량에 사용하면 아황산가스(SO2)가 정품보다 3~20배 배출돼 인체는 물론 대기환경오염을 유발한다.
경찰 관계자는 “경제사정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으면서 운전자들이 유사석유를 찾는 경우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유사석유 사용은 화재 위험성뿐만 아니라 차량 및 환경에도 좋지 않아 앞으로 지속적으로 단속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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