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평범한 보통사람들의 삶을 그 뿌리에서 뒤흔들어버리는 일자리에 부는 감원과 해고의 칼바람은 귀볼을 잘라내는 듯한 겨울 바람보다 더 강하게 우리의 마음을 에여내고 있다. 하루 벌어서 살아가거나 혹은 월급봉투에 기대어 사는 보통사람들은 어떻게 경제에 불어 닥치는 동장군을 이겨나가고, 사람을 불안하게 하는 칼바람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인가?
▲ 권선필 목원대학교 기획처장 |
하지만 동장군도 부드럽게 다가오는 봄바람은 막지 못할 것이다. 동장군을 물리치는 봄바람을 표현하는 시인의 목소리로 들어보자. 어디서 태어나 어디로 오는지/ 볼 수도 없고/ 기별조차 없어/ 나는 알지 못 하네. 치근대던 동백꽃 떨어져 놀라/ 댓바람에 질러올지/ 낙동강 들러 섬진강 언덕 매화 깨워놓고/ 오솔길로 아장아장 걸어올지. 빛바랜 을숙도 갈대들은 알리라/ 은근한 물 애무에 발가락 근질거릴 테니/ 섬진강 거북들도 알리라/ 잠방잠방 내딛는 햇볕의 파문으로. 준령 마루 잔설 글썽거려/ 세월없이 에돌아올지언정/ 개구리들도 속대중으로 하품하고 있을/ 애매모호한 경칩 언저리. (권오범 시인의 ‘봄바람’ 중에서).
봄바람이 어떻게 올지 그리고 어디로 해서 올지 시인은 알지 못한다. 누구를 놀래키며 올지 혹은 어딘가를 깨우며 올지 시인은 알지 못한다. 대바람 속에 질러올지 혹은 아장아장 걸어서 올지도 시인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을숙도의 갈대나 섬진강의 거북은 언제 봄바람이 불지 알 것이다. 그것도 누가 소식을 전해줘서 아는 것이 아니라 ‘발가락을 근질거리‘는 것처럼 피부로 느끼기 시작하면서 알게 된다는 얘기다.
경제를 살리겠다고 외치며 출범한 이명박 정부가 경제위기라는 동장군을 맞아 거의 초죽음이 되고 있다. 수조원을 풀어서 4대강을 살리를 하는 등 인프라에 대한 토목형 뉴딜로 일자리도 창출하고 성장동력도 확보하겠단다. 정부가 자신있게 동장군을 물리치겠다고 떠들기 보다는 오히려 불황의 동장군을 물리칠 봄바람이 어떻게 올지 모르겠다는 시인처럼 겸손했으면 좋겠다. 을숙도 갈대처럼 외로운 곳에서 바람에 흔들이는 서민이나, 섬진강 거북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청년구직자들에게 발가락을 근질거리는 것처럼 피부로 느껴지는 경제살리기를 보여주었으면 하고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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