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진석 충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그러나 미네르바에 대한 구속수사는 정부의 과민대응이 아닌가 싶다. 경제상황에 따라 미네르바의 현상은 스스로 정화될 소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속수사를 할 만큼 무엇이 그렇게 조급하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그의 구속이 우리나라 외환정책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가능성은 없는가를 심각하게 고민은 했는지 궁금할 뿐이다.
인터넷에 올린 미네르바의 글 때문에 외환당국이 20억 달러의 손실을 봤다는 검찰의 입장이나 경제테러범으로 운운되는 지금의 현실은 우리 경제의 허약함을 스스로 자인하고 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더구나 정책책임자의 예측이 틀리면 일기예보가 틀린 것처럼 오보이지만, 익명의 주관적인 인터넷 글이 틀리면 허위사실유포죄로 법적 책임을 지울 수밖에 없다는 논리는 더욱 아연실색하게 만든다. 정보화의 세계강국으로까지 위상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인터넷 상의 표현에 대한 자정능력이 이 정도 수준인가. 구속수사를 할 만큼 경제위기에 대한 정부의 대응능력이나 자신감이 없단 말인지 아니면 정부비판에 대한 재갈물리기 시도가 아닌지 새해 시작부터 반갑지 않은 소식뿐이다.
만약에 사실이라면 우리나라 외환시장은 인터넷 글 때문에 요동을 치고 국가신인도까지 영향을 받는 그렇게 허약한 구조이며 체질인지 묻고 싶다. 정부당국의 책임은 없고 인터넷 상의 표현으로 그렇게 되었다면 이것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역설적으로 시장의 흐름이 정부의 정책보다 주관적인 인터넷 글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면, 오히려 정부 당국이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한다.
미네르바의 구속수사는 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할 많은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예컨대 사이버 공간에서 표현의 자유를 어느 정도까지 수용할 것인가, 민주사회의 건강성을 확보하기 위해 어떻게 토론문화를 활성화시킬 것인가, 제도권에 대한 신뢰의 상실 및 지성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등에 대한 성찰이 필요할 때이다.
특히 미네르바 현상은 정부의 신뢰상실에 있다는 점은 정부당국으로서는 뼈아프게 들어야할 대목이다. 부모와 자식 간에도 신뢰를 잃으면 그것을 회복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어야하는지 내 스스로도 체험한 바 있다. 정부정책의 효과 역시 무엇보다도 신뢰라는 사회자본에 뿌리를 두지 않고서는 체감할 수 없으며, 국민을 섬기고 소통하는 진정성을 보일 때 배가될 것이다.
미네르바의 구속수사를 바라보면서 이 모든 것이 더 진전된 민주사회를 위한 진통인지 아니면 통제와 억압의 상징이던 과거로의 회귀인지,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황혼 무렵에 날개를 펴는 것처럼 시간이 흐른 뒤에 우리가 그 사실을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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