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처우, 제도적 장치 미흡 등이 근무 기피의 주된 이유로 자칫 일선 경찰의 과학수사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된다.
12일 국과수 중부분소에 따르면 지난 2007년 초부터 현재까지 의사 자격증을 갖고 부검을 집도하는 법의관 적정 정원 3명을 다 채우지 못하고 있다.
당시 법의관 A씨가 부산 모 민간병원으로 옮겨가면서 현재 중부분소에는 분소장과 법의학과장 등 2명밖에 남지 않았다. 지난 2년간 수차례 모집 공고를 냈지만 지원자가 없어 사람을 뽑지 못하고 있다.
대전, 충남ㆍ북, 전북, 경기, 경북, 경남 지역 3개 지방청 40개 경찰서를 관할하는 중부분소에 들어오는 시신은 한 달 평균 60구.
휴일 등을 제외하면 법의관 2명이 1일 2구 이상 일이 밀려들면 최대 10구에 달하는 시신에 칼을 댄다.
인력이 달리다 보니 충남대 병원 등에서 촉탁 부검의 3명과 서울본소 법의관을 지원받고 있지만 이마저도 정례적인 것이 아니어서 인력부족 현상을 해결하기는 난망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과학수사를 요하는 강력사건 현장에 중부분소 법의관이 직접 출동하는 경우는 꿈을 꾸지도 못한다.
중부분소 관계자는 “2007년 말 청주에서 휴대폰 배터리 폭발로 1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사건이 뒤늦게 포크레인 기사의 과실치사로 밝혀진 경우가 있었다”며 “이러한 경우 법의관이 현장에 나갔더라면 초동 수사에 많은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이같은 현상은 비단 중부분소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전라도 서부분소 또한 법의관 정원 2명 중 1명을 채우지 못하고 있으며 부산 남부분소는 법의관이 아예 없다.
국과수 외면 현상은 법의관에 대한 처우 미비와 관련 제도가 미흡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법의관은 통상 공무원 조직의 4급(서기관) 월급을 받고 일하는 데 같은 경력으로 민간병원에 가면 이보다 2배 가량의 높은 급여를 받을 수 있다.
민간병원으로의 인력 유출이 가속화 될 수 없는 대목이다.
중부분소 관계자는 “선진국이 검시(檢屍)와 관련 법률 제정을 통해 부검에 대한 각종 기준을 마련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선 참여정부 시절 관련 법률이 발의됐지만, 이내 사문화될 정도로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다”며 “사명감을 앞세워 국과수 근무를 강요하기에 앞서 종사자의 각종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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