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0시에 시작해서 하루에 6시간씩, 10일 간 모두 60시간 과정인데, 공부하는 내용을 살펴보면 언어예절 · 방위 · 복식 · 의전 · 관혼상제 · 다도 · 직장예절, 풍수지리 등이다.
▲ 이건영 대전어은중학교 교감 |
내 소질과 적성에 맞는 것을 배우면 더욱 즐겁고 그렇지 않더라도 새로운 것, 모르는 것에 대해 배운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무조건 즐겁다.
그런데 지금 이토록 배우는 즐거움에 빠져 있는 나도 실은 초등학교 1학년을 마칠 때까지, 학교 가기 싫어하고 ‘책을 소 닭 보듯’ 하는 한글 미해득자(未解得者)로, 여러 차례 나머지 공부 대상이 되어 친구들의 놀림을 받은 적도 있다. 그런 내가 어떻게 해서 한글을 깨치고 우등생의 반열에 들 수 있었는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아마도 2학년 때 담임이셨던 이견수 선생님 덕분일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선생님께서는 사범학교를 갓 졸업한 교직 초년생이셨는데, 우리들에게 무엇을 잘하라고 윽박지르기보다는 그 학생이 흥미가 있고 잘 할 수 있는 것을 골라 시키셨다. 그러고는 그저 네가 최고라고 치켜세우고, 그때마다 상으로 옛날이야기를 한 가지씩 해 주셨고, 때로는 대추나무 가지를 잘라 이름을 새겨 도장을 만들어 주셨다.
나는 선생님께서 상으로 해주시는 그 옛날이야기를 듣는 재미에 푹 빠졌고, 또 내 이름이 새겨진 도장을 갖고 싶어서, 책을 가까이 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게 되었던 것 같다. 아무튼 그 덕분에 공부에 맛을 들여 국어 선생님이 되었으니, 그런 내가스스로도 신기하고 대견스러우며, 그저 이견수 선생님께 고마울 뿐이다.
이런 영향을 받았기에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이견수 선생님을 많이 흉내 내고자 했던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내가 어찌 선생님과 같았으랴.
고교 입시라는 지상 과제 앞에서, 성과 경쟁에 급급하여 얼마나 많이 닦달하고 윽박질렀는지 모른다. 그러니 그 학생들이 무슨 배움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겠는가. 지금 돌이켜 보면 참 미안하다는 생각, 아니 죄책감이 들 때도 많다.
배움의 즐거움을 말하면서, 어쩔 수 없이 떠오르는 것은 평가와 경쟁이라는 단어다. 교육을 받으면 반드시 평가가 있고, 평가가 있으면 경쟁은 자연스레 있게 마련이지만, 그 지나침으로 해서 많은 부작용을 낳기도 하는 것이 경쟁이다. 그러니까 학교 현장에서 아예 경쟁을 몰아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지만, 인간의 속성상 경쟁이 없이 어찌 발전을 꾀할 수 있겠는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경쟁은 불가피한 선택이요, 그야말로 필요악일 수도 있다. 하지만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그 경쟁을 선의로 이끌어, 서로의 발전을 위해 보약과 같은 존재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번 연수를 통해 내 스스로에게 과제 하나를 정했다. 지금 내가 만끽하고 있는 배움의 즐거움을 선생님들께 전파하고, 그 선생님들을 통해 우리 학생들이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면서, 자기 공부에 최선을 다하고 떳떳하게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게 힘써 돌봐주어야 하겠다는 다짐과 실천, 그것이 바로 내가 정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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