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학 ‘나의 왼손’ 왼손잡이 화가의 오른손 엽서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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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학 ‘나의 왼손’ 왼손잡이 화가의 오른손 엽서그림

  • 승인 2009-11-26 10:07
  • 신문게재 2009-01-14 11면
  • 강순욱 기자강순욱 기자

원인을 알 수 없는 뇌혈관 이상과 척수병변으로 신체가 마비된 한 화가가 자신이 그린 엽서그림을 모은 책을 출간해 화제다.

대전 출신의 화가 이경학씨는 최근 세상에 전하고픈 자신의 예술적 열정과 사랑과 우정, 삶에 대한 단상 등을 담은 엽서그림책 ‘나의 왼손’을 세상에 내놨다.

제목이 말하고 있지만 우선 이 씨는 왼손잡이다. 어떤 면에서는 잃어버린 왼손을 그리워하며 ‘내손~ 내손~’ 하듯 절규하는 목소리로도 들린다.

57년생인 이 씨는 스물일곱 되던 해에 원인을 알 수 없는 뇌혈관 이상과 척수병변으로 머리와 오른손을 제외한 모든 부분이 마비됐다. 왼손잡이 화가가 더 이상 왼손으로 그림을 그릴 수 없다는 것은 사망선고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는 이를 악물고 오른손 그리기에 도전했고 선긋기부터 시작된 그의 노력은 가로 14센티미터, 세로 10센티미터의 엽서에 고스란히 담겨 그동안 지인들에게 전해지곤 했다.

불편한 몸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의 작업이었지만 그것은 결국 자신의 몸에 갇혀 만나지 못하는 보고픈 사람들에게 마음을 전할 수 있도록 해 주었고 이 씨는 결국 지인들의 도움으로 그간의 엽서그림을 모아 전시회를 열고 또 책을 내기에 이르렀다. 병마와 싸운 지 25년 만의 결실이다.

그런 점에서 이 씨의 ‘나의 왼손’에는 비록 삶의 쓸쓸한 비애가 깊게 배어 있지만 가족이나 친지, 친구들의 삶을 격려하고 축하하는 사랑의 마음도 충만하다. 끝내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른손잡이가 왼손으로 밥을 먹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하듯 이 씨는 엽서그림 한 장 한 장에 의미와 열정을 담았다. 기축년 새해를 맞아 여러 희망과 각오를 다졌을 것이다. 아직 ‘작심삼일’이 되지 않았다면 이 씨의 ‘나의 왼손’에 배어 있는 희망노래에 새해 리듬을 맡겨보는 건 어떨까? 사문난적/이경학 지음/ 203쪽/1만2000원. /강순욱 기자 ksw@

■ 이경학
1957년 대전출생/대전고졸/홍익대 미대 서양학과 재학 중 독일유학/1987년 슈투트가르트 국립미술대 회화과 졸업/2006년 시집 ‘허공에 내가 묻어 있다’ 발간/2008년 엽서그림 개인전/2008년5월 KBS1TV ‘함성호의 수작’ 방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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