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출신의 화가 이경학씨는 최근 세상에 전하고픈 자신의 예술적 열정과 사랑과 우정, 삶에 대한 단상 등을 담은 엽서그림책 ‘나의 왼손’을 세상에 내놨다.
제목이 말하고 있지만 우선 이 씨는 왼손잡이다. 어떤 면에서는 잃어버린 왼손을 그리워하며 ‘내손~ 내손~’ 하듯 절규하는 목소리로도 들린다.
57년생인 이 씨는 스물일곱 되던 해에 원인을 알 수 없는 뇌혈관 이상과 척수병변으로 머리와 오른손을 제외한 모든 부분이 마비됐다. 왼손잡이 화가가 더 이상 왼손으로 그림을 그릴 수 없다는 것은 사망선고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는 이를 악물고 오른손 그리기에 도전했고 선긋기부터 시작된 그의 노력은 가로 14센티미터, 세로 10센티미터의 엽서에 고스란히 담겨 그동안 지인들에게 전해지곤 했다.
그런 점에서 이 씨의 ‘나의 왼손’에는 비록 삶의 쓸쓸한 비애가 깊게 배어 있지만 가족이나 친지, 친구들의 삶을 격려하고 축하하는 사랑의 마음도 충만하다. 끝내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른손잡이가 왼손으로 밥을 먹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하듯 이 씨는 엽서그림 한 장 한 장에 의미와 열정을 담았다. 기축년 새해를 맞아 여러 희망과 각오를 다졌을 것이다. 아직 ‘작심삼일’이 되지 않았다면 이 씨의 ‘나의 왼손’에 배어 있는 희망노래에 새해 리듬을 맡겨보는 건 어떨까? 사문난적/이경학 지음/ 203쪽/1만2000원. /강순욱 기자 ksw@
1957년 대전출생/대전고졸/홍익대 미대 서양학과 재학 중 독일유학/1987년 슈투트가르트 국립미술대 회화과 졸업/2006년 시집 ‘허공에 내가 묻어 있다’ 발간/2008년 엽서그림 개인전/2008년5월 KBS1TV ‘함성호의 수작’ 방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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