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호]기립박수를 보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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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호]기립박수를 보냅시다

[중도마당]안기호 대전시립합창단 후원회 ‘하모니’ 이사장

  • 승인 2009-11-26 10:07
  • 신문게재 2009-01-13 20면
  • 안기호 대전시립합창단 후원회 ‘하모니’ 이사장안기호 대전시립합창단 후원회 ‘하모니’ 이사장
2004년 로린 마젤이 지휘봉을 잡은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공연이 대전문화예술의전당에서 펼쳐지던 날 마지막 곡이 끝나는 순간 1,500여 관중은 일제히 일어나 열화와 같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이런 관경은 대전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기에, 대전에서의 연주를 꺼려했다가 관객들의 이러한 뜨거운 호응에 크게 감동한 지휘자가 기뻐하여 다음 연주를 대전에서 다시 했던 유명한 일화가 있다.

▲ 안기호 대전시립합창단 후원회 ‘하모니’ 이사장
▲ 안기호 대전시립합창단 후원회 ‘하모니’ 이사장
미국 PGA 토너먼트 마지막 날 챔피언의 타이틀을 예약한 예비승자가 그린을 향해 걸어오면 관중들이 일제히 일어서서 환호의 박수갈채를 보내는곤 하는데, 마스터스 같은 큰 대회는 관중이 2만명이나 되어 챔피언을 향해 열광적인 박수를 보내는 장면은 한 마디로 장관이다.

스탠딩 오베이션(standing ovation·기립박수)은 단순한 격려의 차원을 넘어 관중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해준 주인공에게 보내는 정중한 답례와 경의의 표시라 할 수 있다.

기립박수의 유래로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수 세기의 역사를 자랑하는 영국 런던의 로얄 코벤트 가든 오페라(Royal Covent Garden Opera)극장에서 1943년 2월 23일 국왕 조지 2세가 참관하는 가운데 헨델이 그의 걸작 메시아의 초연을 지휘하고 있었다. 연주 중 곡이 ‘할렐루야 코러스’에 이르렀을 때 너무나도 감격한 국왕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기립박수를 보냈고 그에 호응하여 청중들이 모두 일어나 열광적인 박수를 보냈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는 기립박수에 익숙하지 않다. 막이 끝나거나 화려한 곡이 끝날 때 나오는 형식적인 박수 외에는 열정적인 무대에 화답하는 뜨거운 박수와 갈채에 매우 인색하다. 환호성을 지르며 뜨거운 박수를 쳐주고 싶은데, 주위의 분위기 때문에 억누르며 공연장을 빠져나왔던 기억이 생생하다. 주연배우가 무대 가운데로 뛰어나오며 인사할 때도, 커튼콜에서 모든 배우가 나와 인사할 때도 누구하나 일어서는 사람 없이 한결같이 제자리에 앉아서 똑같은 자세로 일정한 리듬의 박수만을 보내는 모습이 늘 아쉬웠다.

현대의 발달된 테크놀러지는 집에서 원하는 공연예술을 영상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 준다. 따라서 세계적인 공연예술 단체의 공연에 익숙한 향수자들이 지역 예술단체의 공연에 대해서 흥미도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이러한 흥미도의 저하의 이면에는 지역에 연고를 둔 예술단체는 수준 이하라는 인식이 잠재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이 항상 선입견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물론 지역 연고의 예술단체는 세계적인 예술단체에 비해 여러 면에서 수준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실황 공연이라는 것은 그 상황마다 공연의 질이 바뀌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공연을 수준 이하로 치부하고 있는 것은 큰 잘못이다. 상당히 우수한 공연이 펼쳐짐에도 불구하고 공연 이전에 수준 이하의 공연예술로 평가절하 되어 버리는 것이다. 이러한 선입견을 고수하면서 대전 문화예술의 발전을 논의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문화의 발전이란 생산자만의 몫이 아니라 생산자와 수용자 모두의 몫이기 때문이다.

수용자의 참여가 이루어지지 않는 문화는 생산과 동시에 소멸되어 버린다는 점에 유의하여야 한다. 수용자의 참여없는 재생산은 존재할 수 없고 그렇게 되면 결국 문화의 발전은 기대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다행히 애국심이나 애향심에 의존하여 문화 예술이 발전하는 단계를 넘어 대전시립예술단이 작년 한 해 동안 400회에 이르는 공연을 성공적으로 했고 수많은 관객이 객석을 매웠다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얼마 전 한국의 유수 음악평론지에 전국 시립합창단이 합창경연대회를 한다면 대전시립합창단이 단연 1등을 할 것이라는 글이 실릴 만큼 수준 높은 공연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문화예술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방관자적인 수용자가 아니라, 모든 것을 함께 일구어 나가는 적극적인 참여자의 자세로 바꾸어 낙가야 한다. ‘생산→수용거부→생산퇴보→수용거부’ 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비록 테크놀러지의 산물에 비해 우리 시민의 문화적, 사회적 욕구를 만족시키지 못하더라도 만족시키는 날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그 상황에 참여하여 한 몫을 담당하여야 한다. 그 몫이란 적극적 수용자의 역할인 것이다.

대전광역시가 최상의 조건을 갖춘 교육문화가 함께 발전하고 숨쉬는 좋은 도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공연장에서뿐만 아니라 사회 각 분야에서 박수를 쳐야 할 때 힘찬 박수를 보낼 수 있어야 한다. 김연아 선수가 넘어졌을 때에도 성공적 경기를 했을 때에도 우리는 박수를 친다. 우리 손자가 넘어졌을 때에도 박수를 쳐 격려한다.

마찬가지로 대전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한 모든 사람들에게 우리는 힘찬 박수를 보내야 한다. 넘어진 사람에겐 격려의 힘찬 박수를, 그리고 잘 한 사람에겐 열광적인 기립박수를 보낼 때 우리 대전은 아름답고 살기 좋은 도시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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