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재근 대전지검 범피센터 사무처장/전 유성구 부구청장 |
지난해는 필자에게 있어 삶의 진로가 바뀌는 대변혁의 한 해였다. 39년간의 오랜 공직생활을 마치고 퇴직을 준비하는 소위 ‘공로연수’ 기간이었기 때문이다. 약관의 나이에 공직에 입문하여 네 번 바뀐 강산을 정신없이 오직 한 길로 달려오다, 멈추고, 낯선 다른 길을 찾아야 하는 시간이었다. 늘어난 주름살에 허옇게변해버린 머리카락이 자연스럽게 보여지는 내 모습을 바라보며 스스로에게 자문했다.
이제 무엇을 하지?, 어떻게 하지?, 남들이 뭐라고 하지는 않을까?, 잘 될까?, 뭔가는 해야 하는데!, 그동안 한 일을 회고해 보자!, 그 때 참 보람된 일을 했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자문을 하는 동안 놀랍게도 한 가지 명백한 사실을 발견했다. ‘감사하는 마음’ 였다. 지금의 내가 있기 까지 나와 함께 해준 모든 사람들과 일들에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물론 평소에 감사하다는 생각을 안 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감사’가 이렇게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솟아오르는 진지한 체험은 나로 하여금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만들었다. 모든 것이 정말 감사하고 고마웠다. 공직에 몸담은 것 자체가 감사했고 주민에게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 감사했으며 대과 없이 공직생활을 마치게 된 것 또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일을 할 수 있도록 믿어 주었고, 또 믿고 따라 준 공직 선·후배들의 모습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다가온다. 어렵던 시절, 관청일이라며 팔을 걷어 부치고 도와주신 사업하시는 분들, 각종 단체 회원들, 당연한 일을 했는데도 고맙다고 손을 잡아 주신 생활이 어려우신 이웃들, 생생해진 그 분들의 기억에 깊이 감사한다.
‘행복은 바로 감사하는 마음이다.’라는 서양속담이 있듯이 나는 요즈음 행복하다. 날마다 또 다른 감사의 대상을 찾으려는 나의 노력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고 있다.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암울한 뉴스가 홍수가 되어 온 누리를 힘들게 하는 작금의 현실에서 나의 작은 고백인 ‘감사와 행복의 함수’가 희망찬 2009년을 맞는 독자들에게 덕담이 되기를 기대한다.
‘우주에 와 보니까 건강과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게 됩니다. 여기서 보니까 지구는 아무 걱정 없이 보입니다. 아름다운 지구에서 우리가 항상 건강하고 칭찬하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인 이소연 씨의 우주선에서 보낸 음성편지가 가슴속에 와 닿는 이유는 뭘까...
모두가 힘들다고 하는 2009년이다. 희망보다는 불안과 걱정이 앞서는 한해이다.하지만 ‘꿈은 이루어진다’ 고 했다. 위기가 있으면 기회도 있듯이 다시 뛴다는 각오로 재도약의 날개를 힘껏 펼쳐야 할 시기이다.
기축년 소띠해를 맞아 충직하고 근면한 소처럼 한걸음 한걸음 힘차게 전진해 나가 모두가 행복하고 축복받는 새해가 되길 바랄뿐이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