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게 솟은 공장 굴뚝과 그 위로 길게 뿜어져 나오는 희뿌연 연기, 콘크리트 담장 너머로 쉴새 없이 들려오는 기계 굉음.
지난 9일 찾아간 대덕구 대화동 대전1ㆍ2산업단지는 최소한 외형상으로는 예전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조금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사정이 다르다는 것이 그곳에서 만난 입주 업체 관계자들의 일관된 설명이었다.
▲ 대전 대화동 1,2공단내에 한 제조공장이 폐업한채 공장부지곳곳에 생산라인에서 뜯어낸 녹슬은 시설물들이 흉물로 을씨년스럽기만 하다./김상구 기자 |
실제 이 곳에는 저녁무렵이되자 예전 같으면 밤낮없이 돌아갔을 공장의 기계들이 일찌감치 멈춰섰으며, 주변을 환하게 밝히던 공장의 불빛들도 하나 둘 꺼져 때이른 암흑이 찾아왔다.
중소 제조업체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는 이곳은 경제 한파의 직격탄을 맞고 있지만 대부분의 업체 관계자들은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어렵다는 소문이 퍼져봐야 좋을 게 없다는 이유에서다.
오랜 수소문 끝에 일부 공장 관계자들로부터 어렵사리 속사정을 들을 수 있었다. 한 자동차 배터리 생산업체 관계자는 “예년 같으면 지금이 성수기임에도 생산량이 10~20% 가량 감소 했다”며 “직원들의 휴일을 늘리고, 생산 일수를 점차 줄여나가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공단 내에서 비교적 규모가 큰 이 업체의 상황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직원 규모가 10여명 안팎인 한 농기계 부품업체는 요즘 월 매출이 전년 동기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농기계 수출업체에 부품을 납품해 왔는데, 미국의 경제 상황으로 해당 업체의 수출이 전면 중단되면서 잔업은 고사하고 공장 가동조차 어려운 상황”이라며 “예전에는 주문량을 예상해 한달씩 앞서 제품을 생산해 왔는데 요즘은 주문이 있을때만 공장을 돌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사정은 공단 내 대부분의 업체가 마찬가지. 대전산업단지협회 관계자는 “생산량 감소는 물론이고, 원자재값 상승에다 납품 업체들의 단가조정까지 겹치면서 중소업체들은 2중고, 3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현 상황이 지속되면 공장 가동 자체를 중단하는 업체들도 속출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단지 입주 업체들의 어려움은 주변 상인들에게까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음식점 등 대부분의 업소들이 손님이 크게 줄어 울상을 짓고 있다.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최은주(여.32)씨는 “40~50만원 정도이던 하루 매상이 지난 12월부터는 절반 가까이 줄었고, 연말에도 회식 손님이 거의 없었다”며 “공장 근로자들이 주된 손님인데 요즘에는 한푼이라도 아끼려고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이종섭 기자 no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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